[세계의 기업도시를 가다]<5>美라스베이거스

  • 입력 2008년 11월 3일 02시 55분


이미지 변신 성공한 美라스베이거스

도박 도시서 컨벤션 도시로… 행사수입 年 11조원 ‘잭폿’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시 초호화 호텔이 밀집한 거리인 ‘스트립(Strip)’. 번쩍이는 호텔 사이로 곳곳에서 기중기와 콘크리트, 철근 등이 놓인 공사판이 눈에 띄었다.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증축하는 현장이다.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알려져 왔던 라스베이거스는 현재 ‘공사 중’이다. 이미 널찍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여러 호텔 시설이 있지만 컨벤션센터 신축 증축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카지노론 성장 한계” 市 - 클라크 카운티 변화 주도

업체들은 시설 증축 - 대학선 실무인력 양성 ‘호응’

작년 회의-전시 2만3847건, 방문객 620만명 ‘대박’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늘어나는 컨벤션센터의 연면적은 1만9025m². 2012년까지는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들여 11만2971m²가 확충된다. 스티브 밴 고프 라스베이거스 시 경제개발담당 국장은 “이에 따라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12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 10년새 등록사업체 50% 늘어

라스베이거스에서 2007년 한 해 동안 열린 각종 회의, 전시 등 컨벤션은 2만3847건에 이른다. 굵직한 것만 추려 봐도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를 비롯해 방송장비 전시회 NAB, 자동차부품전 SEMA와 AAPEX 등 끝이 없다.

지난해 각종 컨벤션 참석차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620만9253명. 이 도시 인구의 10배를 웃돈다. 이들은 주요 관광지와 쇼핑몰, 식당에 84억4920만 달러(약 10조9839억 원)를 뿌리고 갔다.

컨벤션 산업이 활짝 꽃을 피우자 통역, 사무기기 대여, 음식 배달, 청소 등 관련 업체들도 덩달아 신났다.

케이터링 업체인 앳유어홈 서비스케이터링의 폴 드파타 사장은 “1988년 가족 5명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컨벤션 행사장에 쿠키 스낵 등을 배달해 달라는 수요가 늘어 지금은 80명이 넘는 직원을 둔 회사로 컸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시에 등록된 사업체는 1997년 2만6218개에서 2007년 3만9306개로 49.9% 늘었다.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외지인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라스베이거스 시 인구도 42만5270명에서 60만309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호텔 객실 투숙률 역시 컨벤션 산업의 활황에 힘입어 미국 평균(62.2%)보다 훨씬 높은 94.0%를 나타냈다.

○ 편리한 교통 등 인프라 탄탄

라스베이거스는 193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카지노 도박이 합법화된 도시다. 이후 반(半)세기 동안 라스베이거스는 도박, 환락 도시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미국의 각 주가 속속 카지노 개설을 허용하면서 경쟁도시가 늘어났고,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에 의존하는 성장에 한계를 느꼈다. 비수기(非需期)나 주중에는 카지노는 물론 호텔도 텅텅 비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위기감을 느꼈다.

라스베이거스 시의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클라크 카운티는, 1955년 설립됐지만 그동안 활동이 미미했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관광청(LVCVA)’을 활성화해 컨벤션 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LVCVA의 이사회는 라스베이거스 시와 클라크 카운티, 주요 호텔 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다행히 풍부한 숙박시설, 좋은 교통환경 등 기존 도시 인프라는 라스베이거스가 컨벤션의 도시로 변신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클라크 카운티가 운영하는 매캐런 국제공항에서 도심까지는 차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내 180여 개 호텔과 컨벤션 관련 서비스업체들을 컨벤션 주최 측과 연결시켜주는 것도 LVCVA의 중요한 역할이다.

1995년 라스베이거스는 전기(轉機)를 맞았다. 1년에 두 차례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에서 번갈아 개최되던 가전 전시회인 CES가 이때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열리게 된 것. 비록 횟수는 연 1회로, 늘어나진 않았지만 규모가 훨씬 커졌다.

카라 로버츠 라스베이거스 상공회의소 홍보담당 국장은 CES를 독점하게 된 배경에 대해 “라스베이거스는 뉴욕보다 물가가 쌀 뿐 아니라 즐길거리가 많다”며 “이 같은 ‘컨벤션 인프라’가 탄탄한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클라크 카운티는 1997년 민간자본이 라스베이거스 주요 명소를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소유,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정거장의 이름은 ‘MGM 그랜드’ ‘플라밍고’ 등 호텔명을 그대로 따와 누구라도 찾기 쉽도록 했다.

○ 도시를 ‘세일즈’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 산업 육성에는 민관(民官)이 따로 없다.

LVCVA는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세계 12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도시를 마케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관광객들로부터 LVCVA의 예산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시내 호텔 객실료에 붙는 세금 9% 가운데 4.2%가 LVCVA의 수입원이다.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을 버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시는 ‘스트립’에 밀려 슬럼화하고 있는 다운타운 지역 15km²에 컨벤션센터를 짓는 등 도심 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 라스베이거스대 역시 학생들을 라스베이거스 주요 호텔에서 200시간 이상 인턴십을 이수하게 해 컨벤션 실무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여기에 MGM, 샌즈그룹 등 거대 자본들이 잇달아 호텔과 컨벤션 시설 증축에 나서면서 지난해 말 현재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객실은 13만2947개, 컨벤션 가능 면적은 90만1167m²에 이르게 됐다.

크리스 마이어 LVCVA 부사장은 “컨벤션 참가자들은 소속 회사에서 항공료, 숙박비 등을 지원받아 일반 관광객에 비해 씀씀이가 크기 때문에 VIP 대접을 받는다”며 “컨벤션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라스베이거스의 발전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라스베이거스는 마이스 최적 도시”

화창한 날씨에 각종 볼거리

기업-직원에 모두 좋은 반응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시에 자리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는 4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부품 전시회인 세마(SEMA) 쇼가 열린다.

전시회 참석 예정 인원은 세계 100여 개국의 12만여 명. 베니션 등 시내 주요 호텔 객실은 대부분 동났다. 이뿐만 아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레스토랑과 쇼핑센터들도 특수(特需)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컨벤션산업에서 한창 떠오르는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의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스는 기업 회의와 직원 포상을 위한 여행, 컨벤션, 전시회를 함께 일컫는 말로, 전후방 연관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라스베이거스야말로 마이스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고 입을 모은다.

베니션 호텔에 맞닿아 있는 컨벤션센터인 샌즈엑스포의 애슐린 러포트 수석총괄임원은 “라스베이거스는 1년 365일 중 약 300일이 화창할 뿐 아니라 구경거리가 많아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주요 호텔이 밀집한 ‘스트립’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관광이다. 호텔들은 내부를 테마형으로 꾸며 ‘볼거리의 향연’을 펼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호텔 안에 운하를 만들어 곤돌라를 운행하는 베니션 호텔, 이집트에서나 볼 법한 스핑크스가 정문을 지키는 피라미드 모양의 룩소 호텔,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츠 빌딩 등 뉴욕의 명물을 재현한 뉴욕뉴욕 호텔, 열대 정원을 호텔 안에 재현한 미라지 호텔, 에펠탑과 개선문이 있는 파리스 호텔 등.

호텔마다 뮤지컬 서커스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고, 부근에 그랜드캐니언과 후버 댐 등 유명한 관광지도 많아 라스베이거스는 회의를 마친 지구촌 사람들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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