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문화&사람]<3>세계 名車수집광 이종철씨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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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이종철 씨가 무대 위에 올려진 포뮬러 F2에서 포즈를 취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시보레 콜벳,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가 서 있다(뒤편 왼쪽부터). 이훈구  기자
25일 오후 이종철 씨가 무대 위에 올려진 포뮬러 F2에서 포즈를 취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시보레 콜벳,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가 서 있다(뒤편 왼쪽부터). 이훈구 기자
“람보르기니 직접 조립 2년 걸렸죠”

내집마련 미루고 중고차 시장 돌며 10여대 구입

“엄청난 돈 없어도 애정만 있으면 자동차 마니아”

25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에 있는 카페 ‘꽃과 어린왕자’(031-841-1139)의 앞마당.

경주용 자동차 한 대가 초겨울 햇살을 받으며 붉은 빛 차체를 드러냈다. 미국 뷰익의 ‘포뮬러 F2’. 그 뒤로 이탈리아제 람보르기니 3대가 미끈한 차체를 뽐내고 있었다.

이 카페에 전시된 자동차는 10여 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해외 명차들로 대당 가격이 억대인 차도 여럿이다.

이 카페와 자동차들의 주인 이종철(40) 씨는 지난달 사들인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쓰다듬으며 “몰아보면 늠름한 엔진 소리에 눈물이 핑 돌 정도”라고 자랑했다.


▲ 동영상 촬영 : 이훈구 기자

○ “집보다 차가 먼저”

초등학생 시절 이 씨는 방에 람보르기니 사진을 붙여 놓고 이 차를 타고 세계를 달리는 꿈을 꿨다.

이후 고등학교 때 ‘양귀비’라는 그룹사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던 이 씨는 1990년 타이틀 곡 ‘사랑하면서도’를 담은 1집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노래를 하면서도 마음은 자동차에 가 있었다. 1991년 그가 처음 구입한 차는 폰티액의 ‘파이어 버드’.

1997년 명차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가수 생활을 접었다.

이곳에 카페를 열고 바로 옆에 허름한 집 한 채를 손수 지었다. 2년에 걸쳐 돈을 모은 뒤에는 ‘내 집 마련’은 미뤄 두고 시보레의 ‘콜벳’을 샀다.

부인 우윤아(39) 씨도 1980년대 말 인기를 끌었던 여성 댄스그룹 ‘세 또래’의 멤버.

이 씨는 “집사람이 이해해 주지 않았다면 차를 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그동안 차 17대를 사기 위해 가전제품, 가구도 사지 않았다.

그는 “차를 기증해 준 독지가도 있었고 차를 모을 때 중고차 시장을 이용한 덕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엄청난 돈’이 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자동차 박물관 건립이 꿈

이 씨는 차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카페에 전시된 ‘람보르기니 쿤타치’는 그가 부품을 수입해 2년 만에 조립한 자동차.

그는 “굳이 명차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마니아가 될 수 있다”면서 “어떤 종류의 차를 갖고 있건 매일 차의 상태를 살필 만한 애정이 있다면 자동차 마니아”라고 말했다. 명차들의 전시장인 그의 카페에는 자동차 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모인다.

최근 기름값이 치솟자 이곳에 전시된 일본 미쓰오카사(社)의 1인승 자동차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특히 높아졌다. 이 차는 휘발유 1L로 30km를 달린다.

이 씨는 앞으로도 차를 계속 수집할 계획이다. 언젠가 자동차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서다.

○ 단골에게는 자동차 내부도 공개

카페 꽃과 어린왕자에 들르는 고객들은 누구든 명차를 구경할 수 있다. 낯이 익으면 가끔 운전석에도 앉아볼 수 있다.

이 씨는 차를 아무 때나 몰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성을 아무 데나 데려가지 않는 것처럼 명차를 몰고 아무 길이나 달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차를 운전할 때는 미리 도로 상태를 확인하고 통행량이 적은 시간에 천천히 달린다.

그는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자동차 마니아의 기본 요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카페에서 20분 거리인 국립수목원을 오가는 길을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했다.

국립수목원은 평일에만 이용할 수 있으며 방문을 원하는 사람은 5일 전 예약해야 한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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