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사이언스]냉동고도 아닌 김치냉장고에 성에는 왜 끼죠?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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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의 문을 열 때 들어온 따뜻한 수증기가 차가운 내부에 닿아 얼어붙어 성에가 생긴 모습. 오래 두면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사진 제공 LG전자
김치냉장고의 문을 열 때 들어온 따뜻한 수증기가 차가운 내부에 닿아 얼어붙어 성에가 생긴 모습. 오래 두면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사진 제공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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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냉동고도 아닌 김치냉장고에 성에는 왜 끼죠?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결혼 8년차 주부 최은영입니다. 김장철이라 김치냉장고를 새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최근 텔레비전 광고에서 성에가 끼지 않는다는 김치냉장고를 봤어요. 성에가 생기는 것과 생기지 않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성에 때문에 혹시 김치 맛이 달라지는 건가요?

A

김치냉장고 속의 온도는 영하1도

밖에서 들어온 수증기가 어는 거죠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 유리창이 하얗게 얼어붙어 앞이 잘 안 보일 때가 있지요. 이게 바로 성에입니다. 따뜻한 수증기나 물방울이 차가운 유리에 닿아 빠른 속도로 어는 거죠.

김치냉장고에서 가장 차가운 부분은 내부의 벽이에요. 벽 바로 안쪽이 냉매가 흐르는 냉각파이프로 촘촘하게 둘러싸여 있으니까요(직접냉각). 벽 근처의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오는 대류가 일어나면서 전체가 차가워집니다. 이때 김치냉장고의 문을 열면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죠. 외부 공기에 들어 있던 수증기가 내부의 찬 벽에 닿으면 바로 얼어붙겠죠? 그래서 성에가 생기는 겁니다. 자주 문을 여닫다 보면 점점 넓은 면적에 성에가 생기게 돼요.

최근 나온 성에가 생기지 않는 김치냉장고는 냉각 방식이 조금 달라요. 내부의 한쪽 벽 뒤편에 냉각기를 넣고 바로 옆에 팬을 설치했어요. 벽에는 작은 구멍들을 뚫었죠. 냉각기에서 나오는 찬 공기를 구멍을 통해 팬으로 내부에 계속 불어 넣는 겁니다(간접냉각). 찬 바람을 강제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따뜻한 공기도 금방 차가워져 성에가 덜 생기는 거죠. 하지만 팬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저장 공간이 좀 줄어들어요.

성에가 생긴다고 해서 김치 맛이 금방 변하지는 않아요. 다만 성에를 제거하지 않은 채 2, 3개월 이상 두면 간접적으로 맛에 영향을 줄 수 있죠. 김치냉장고 내부는 보통 영하 1도입니다. 김치가 가장 맛있다고 느껴지는 산도 0.4∼0.8의 상태를 가장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온도이기 때문이죠. 갓 담근 김치는 산도가 0.4보다 낮고, 0.8 이상이 되면 신맛이 나요. 김치 맛이 제대로 나게 하는 핵심 기술은 영하 1도를 유지하는 것인 셈이죠.

성에가 점점 두꺼워지면 벽 주변의 차가운 공기가 안쪽으로 잘 전달되지 못하고, 찬 공기의 순환을 방해하기도 해요. 그러면 김치냉장고 내부의 온도가 달라지겠죠? 이런 차이가 오래 지속되면 김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겁니다.

도움말=LG전자 김민용 책임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이명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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