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후지와라 기이치]外柔內弱 후쿠다 정권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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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퇴진을 표명하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총리에 취임했다. 후쿠다 정권이 어디로 가게 될지 갖가지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신정권이 장수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적다. 내정 분야의 난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첫째, 중의원과 참의원의 관계다.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를 가진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 참의원은 이례적으로 강한 권력을 인정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거의 모든 기간에 중·참의원 양원은 다수파가 같은 정당이었으므로 문제가 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참의원의 다수파가 됐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3년에서 6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중·참의원의 충돌도 계속될 것이다.

만약 다음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다수파가 된다 해도 중·참의원의 대립 때문에 국회해산과 총선거에 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취약한 정권이 전후 일본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둘째, 자민당의 내부 대립과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 후쿠다 정권은 주요 파벌 대부분의 지지를 받아 성립됐지만 선거제도가 개정돼 파벌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본래 자민당 파벌들은 다른 나라의 정당에 필적하는 독자적인 조직을 갖고 늘 파벌 보스를 총리 후보자로 옹립해 왔지만 그같이 응집력 높은 파벌은 과거의 것이 됐다.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주요 파벌이 일치해 후쿠다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매우 작은 파벌밖에 갖지 않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의원 표만 132표를 얻은 것은 파벌의 힘이 그만큼 약해졌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후쿠다 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혁이나 아베 총리 노선과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한다면 자민당 내부의 강한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셋째, 공명당과의 연립 유지 문제가 있다. 과거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정권이 공명당과 연립을 모색한 이유는 연립을 하지 않으면 다수파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명당과 연립해도 참의원에서 다수를 얻을 수 없다.

한편 공명당으로서는 연립을 했는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모색하는 등 공명당의 지지 기반인 창가학회가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을 이어 왔다. 현재의 공명당은 자민당과 연립하는 것보다 각외(閣外) 협력에서 멈출 때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후쿠다 정권은 중·참의원 양원의 조정, 자민당의 내부 반발에 대한 대처, 공명당과의 연립 유지 문제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후쿠다 정권이 현상 유지만도 힘겨워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쥘 기회가 없다는 뜻이 된다.

후쿠다 총리는 부친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처럼 대미외교와 대아시아외교의 조화를 중시하고 보수 본류가 진행해 온 ‘큰 정부’와 고이즈미 총리 이래의 ‘작은 정부’ 사이에서 조화를 취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실적을 남기기 전에 퇴진에 몰릴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후쿠다 총리가 지금 직면한 곤란은 일본의 정당정치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일본 정치의 선택이란 정당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자민당 의원이 총리가 되느냐 하는, 국민에게서 동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었다. 자민당과 민주당의 경합이 거세지고 민주당이 정권을 빼앗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후쿠다 정권이 처한 어려움도 일본 정치의 장래를 위해서는 낭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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