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한스 블릭스]이란 核, 무력으론 풀 수 없다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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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에 무력을 사용할까. ‘이란 문제’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군 비행기가 이란과 이라크 국경선을 따라 정찰 중이라고 한다. 미군에겐 이라크 내 이란 관리를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라크 언론을 향해 보란 듯 이란에서 들여왔다는 군수품을 들어 보인다.

미 항공모함 2척이 걸프 해역에 정박 중이고 미사일 요새도 걸프 해역 주변 지역에 설치됐다. 이란이 선제공격을 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병력 증강은 이란을 겁주려는 시도이거나 미국이 이란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듯 미국은 2002년 가을과 2003년 1월 걸프 해역에 병력을 증강한 뒤 그해 3월 이라크를 공격했다. 비슷한 상황이 이란을 겨냥해서도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다수 미국인이 속아서 이라크전에 빠져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국 정부의 군사적 행동을 이젠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이라크 내 무정부 상태를 이란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이란에 새로운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이라크전의 실패에 쏠리는 관심을 돌리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목적이 수년 내에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갖는 것이라고 믿으며,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대(對)이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지지한다. 그러나 각국은 동시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무력행사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잠시 지연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란 국민이 우라늄 프로그램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이란 정부는 테러단체 등에 지원을 늘리면 석유 공급과 수송에까지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란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이란 내 핵시설 접근을 막는 한편 회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이란은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안보리 결의의 철회를 요구한다. 안보리는 우라늄 농축 작업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계산 착오로 인해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거나 IAEA의 사찰을 거부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플루토늄 생산 중단을 회담의 선행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외교 관계를 재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으며 핵을 포기한다면 무력 공격을 하지 않을 것도 약속했다.

그런데 이란에 대해선 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을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라늄 농축 중단 여부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텐데 말이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이 참여한 위원회가 미국 정부에 이란 및 시리아와 대화할 것을 촉구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성명과 군사적 위협을 통해 이란과 시리아에 일방적인 통보를 한다. 마치 부하 직원에게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보스와 같다. 의견 교환이 이뤄지려면 부하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란 정부에 굴욕감을 덜 주는 접근 방식을 취해야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시험 중인 그런 접근 방식을 이란 문제에는 적용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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