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한국’ 바로잡자]국내 외국인 교수들이 보는…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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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첫해에 대학생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절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나름대로 주의도 주고 교육도 했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젠 아예 포기했습니다.”

국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 교수들은 대학은 물론 한국 사회 곳곳에 표절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 출신인 고려대 경제학과 더크 베스만 교수는 “인터넷을 이용해 짜깁기한 보고서를 내는 학생이 너무 많아 일일이 점검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지금은 보고서를 쓰라는 과제를 아예 내주지 않고 시험 성적과 연구발표 점수로만 학생들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3년째 강의하고 있는 프랑스 교포 2세 출신인 고려대 불문과 시몬 김 교수도 “한국에 온 첫 학기에 학생 2명이 똑같은 보고서를 버젓이 제출해 너무 놀랐다”면서 “이제는 학생들이 집에서 해올 수 있는 과제를 절대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교수들은 이 같은 표절 문화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교수들조차 표절 예방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학생들이 적절한 인용법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연구 결과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몰라 실수를 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학과 교수들이 표절 예방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면 이런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몬 김 교수는 “고교와 대학이 표절 예방 교육을 안 한다는 게 학생의 잦은 표절보다 더 놀라운 일”이라며 “프랑스에선 고교 때부터 인용 자료의 제목과 쪽수는 물론이고 출판사 이름까지 쓰도록 가르친다”고 말했다.

서강대 영문과 교수인 안토니(한국명 안선재) 수사는 “한국 교수들이 ‘책에 나와 있으니 찾아봐’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학문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알아서 베끼라’는 말로 들릴 우려가 있다”면서 “학생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교수법이 표절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국제학부 요제프 쇼우바일러 교수는 “교수가 학기 초에 표절 지침을 제시하고 엄격한 벌칙을 적용하면 인터넷을 이용한 짜깁기를 줄일 수 있다”며 “교수들이 앞장서 ‘표절은 범죄’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이인철 교육생활부 차장 inchul@donga.com

▽교육생활부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문화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회부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국제부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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