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박현수, ‘물수제비’

  • 입력 2006년 12월 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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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음표처럼

이 세상

건너다 점점이 사라지는

말일지라도

침묵 속에 가라앉을 꿈일지라도

자신을 삼켜버릴

푸르고 깊은 수심을 딛고

떠오를 수밖에 없다

떠올라

저 끝을 가늠해볼 수밖에 없다

수면과 간신히 맞닿으며

한 뼘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수평선을 닮아야 한다, 귀는

- 시집 ‘위험한 독서’(천년의 시작) 중에서》

디뎌야 할 곳이 수렁밖에 없다고 탄식하는 이들아, 막아선 것이 절벽 밖에 없다고 주저앉는 이들아, 이제 ‘자신을 삼켜버릴 푸르고 깊은 수심을 딛고 떠오르는’ 물수제비를 기억하라. 생각느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저를 삼켜버릴 수심을 딛고 있지 않은가. 모든 꽃잎은 낙화를 딛고 열흘 붉으며, 모든 새들은 추락을 딛고 하늘을 건넌다. 당신이 지금 위험하다면 당신은 뜨겁게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말없음표에서 마침표로 점점이 소멸할지라도 수면을 스치는 수제비 돌의 팽팽한 달음박질은 그것을 삼킬 심연보다 아름답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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