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고급 음식점의 진화 ‘세컨드 레스토랑’

  • 입력 2006년 9월 8일 03시 01분


코멘트
와인의 세계를 접하다 보면 ‘꿈의 와인’이란 이름을 듣게 된다. 최상급 보르도 와인인 그랑 크뤼(Grand Cru) 라벨이다. 누구나 입맛을 다시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런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세컨드 와인’을 추천하곤 한다. 세컨드 와인은 특급 와인과 같은 샤토(chateau·포도원)지만 어린 포도나무나 인접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그랑 크뤼 와인의 ‘아우’ 격으로 잘만 고르면 ‘형’ 못지않은 향취를 즐길 수 있다. 특급 와인의 맛과 품위를 지녔으되 가격은 절반 이하다.

최근 고급 레스토랑들이 선보이는 ‘세컨드 레스토랑’도 비슷한 개념. 본점과 다름없는 체인점이나 분점이 아니라, 오리지널 레스토랑이 부담스러운 고객을 겨냥해 대중성에 신경을 썼다.

오리지널 레스토랑의 맛과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 기존 레스토랑의 노하우에 독특한 개성까지 더했다. 편안한 분위기지만 속은 알찬 세컨드 레스토랑을 찾아보자.

○ 정통 오리지널을 닮았지만 훨씬 친근

에메랄드 빛을 머금은 샹들리에와 태국 풍 탁자. 화사한 벨벳 의자와 실크 쿠션에선 이국(異國)의 와인 향이 묻어난다. 그에 반해 희고 붉은 벽돌과 결 고운 원목마루는 앞뜰 마냥 편안하다. 몽환의 은은함과 자연스러운 친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 ‘방콕 나인’이다.

올 4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문을 연 방콕 나인(02-3443-6609)은 대표적인 세컨드 레스토랑 중 하나. 정통 태국요리 전문레스토랑으로 인기를 끈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의 세컨드 레스토랑이다.

애프터 더 레인이 격식 차린 데이트나 비즈니스에 적합하다면 방콕 나인은 세컨드의 개념에 충실해 가벼운 데이트나 친구모임이 잘 어울린다. 가격도 오리지널보다 20% 이상 싸다.

태국요리의 대명사 ‘열얌꿍’(8500원)이나 ‘쇠고기 샐러드’(1만3000원)도 좋지만 골라 먹는 데 익숙지 않다면 세트메뉴도 권할 만하다. 점심은 1만5000원, 저녁은 1만8000원부터. 매주 토, 일요일(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선보이는 태국 브런치 뷔페도 추천 메뉴.

○ 서로 다른 일류 레스토랑의 맛을 한 곳에서

방콕 나인이 하나의 오리지널 레스토랑에서 변형돼 나온 세컨드 레스토랑의 ‘정통’이라면 서울 중구 순화동의 ‘유니온 스퀘어’(02-2220-8500)는 일종의 푸드 코트 개념을 도입했다. 고급 레스토랑들이 손을 잡고 6종의 색다른 요리를 한데 모은 음식 백화점인 셈이다.

퓨전 요리의 대중화에 한몫한 중식당 ‘시안’, 일식 요리를 프랑스 식으로 재해석한 ‘타니’의 세컨드 브랜드인 ‘리틀 시안’과 ‘타이니 타니’가 눈에 띈다. 한식 전문 ‘비스트로 한’과 ‘와사비’(회전초밥 전문), ‘딤섬 플러스’(딤섬 전문) 등도 함께 있다.

모든 요리가 2만 원 이하라 부담이 덜하다. 한식을 좋아하건 이탈리아·중국 요리를 즐기건 같이 와서 각자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게 장점. 개방형 주방이라 믿음이 가고 1년 365일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조식이나 브런치는 물론 저녁 술자리도 가능하다.

○ 기품있는 한정식 식당이 친근한 주막과 선술집으로

고급 한식당에도 세컨드 레스토랑의 바람이 불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장맛을 자랑하는 ‘가온’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한식 요리주점 ‘낙낙’이 대표적이다.

홍계탕이나 전복갈비찜, 초무침 등 대가집 잔칫상의 느낌이 강한 가온과 달리 낙낙(02-512-4828)은 옛 주막이나 1970, 80년대 선술집의 기운이 물씬하다. 전이나 꼬치처럼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메뉴와 함께 가볍게 한잔하기 좋다.

경기 안양시 평촌에 1호점을 오픈한 ‘숯불구이 한쿡’(031-382-8103)은 한식 패밀리레스토랑 ‘한쿡’의 세컨드 레스토랑. 일반 고기집처럼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으면서 오리지널 한쿡에서 따로 돈을 받던 샐러드 및 디저트 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쇠고기 구이가 주 메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