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윤용현]온돌, 서양도 베꼈다

  • 입력 2006년 7월 2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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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고온다습한 여름과 추운 겨울이 있기 때문에 한옥(韓屋)은 난방을 위한 온돌(구들)과 더위를 피하기 위한 대청마루를 가지고 있다.

마루는 남방적 특징을 갖는 것으로 남쪽 지방에서 발전해 북쪽으로 전파된 반면, 온돌은 추운 북쪽에서 발달해 차츰 남쪽으로 전해진 특징을 갖고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가 합쳐서 한옥 구조를 이루는데, 이는 우리나라 건축에만 있는 구조적 특징이며 자랑이다.

온돌은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는데 청동기시대에는 ‘ㄱ’자형 외고래 온돌 시설로 발전했다. 삼국시대에 들어서면 중국 기록인 구당서(舊唐書)의 ‘고구려전’에 “겨울철에는 모두 긴 고래를 만들어 밑에 불을 때어 따뜻하게 한다”는 기록이 있어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온돌 시설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온돌이 가옥의 일반적인 구조가 된 것은 고려시대이며, 전국으로 보급된 것은 조선시대부터이다.

온돌은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고랑인 고래와 방고래 위에 놓은 넓고 얇은 돌인 구들장으로 이루어졌다. 고래 한쪽에 만든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구들장을 데우고, 구들장의 복사열과 전도열로 실내를 데우는 한국 고유의 난방장치이다.

또 집 안에서 발생된 열이 구들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도록 만들어 열에너지의 옥내 체류시간을 크게 늘려 에너지가 절약되도록 되어 있다.

구들장은 아랫목은 낮고 윗목은 높게 설치하여 위에 바르는 흙을 아랫목은 두껍고 윗목은 얇게 발라 열 전도성을 좋게 하고 고르게 퍼지도록 만들었다. 구들은 방바닥 전부가 열의 복사면이 되므로 하루 2차례 장작불만으로도 열기를 고래로 내류시켜 구들장을 가열하고 축열시켜서, 불을 지피지 않는 시간에도 축열된 열을 방바닥에 퍼지게 하는 고체 축열식 난방 방법이다.

구들을 놓을 때 아궁이, 고래 구멍 및 굴뚝의 배치는 지역의 바람 방향, 기후조건에 따라 절묘하게 맞출 수 있는 과학적 슬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이것을 잘못 맞추면 아궁이에서 굴뚝으로 들어가야 하는 열과 연기가 거꾸로 아궁이로 되돌아 나오기 때문이다.

온돌은 주택의 실내온도를 섭씨 13∼16도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난방장치이기 때문에 우리는 온돌방에 신체를 최대한 접촉하기 위해서 좌식 생활을 주로 했다. 방 안에 별도의 난방시설이 없었으므로 산소가 충분하여 방 안이 쾌적해지는 좋은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우리 생활과 함께한 온돌은 그동안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묻혔는데,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의 현대 건축가들은 온돌 기술을 배워가 온수 파이프를 활용한 난방장치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것이 거꾸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온돌은 우리 겨레가 우리의 자연환경에 맞도록 발명해 낸 전통사회의 반영구적 첨단 난방시설이자 세계에 자랑할 만한 훌륭한 난방 방식이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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