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꽁초 같은 생각

  • 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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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갑에 200원인 담배를 아세요?’

잘 아시다시피 담배 한 갑에는 막대한 세금이 붙습니다. 담배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여기에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각종 기금까지 합치면 1500원에 육박합니다.

2000원짜리 담배라면 정가의 70∼80%가 세금인 셈이죠. 오죽하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피운다’는 말까지 나올까요.

그런데 요즘 200원짜리 담배를 판다며 홍보하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것은 소비자 가격이 200원이 넘는 담배와 200원 이하 담배에 붙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200원이 넘는 담배는 위에 설명한 세금들이 붙기 때문에 대개 한 갑 가격이 2000원이 넘어갑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담배들이 이런 경우죠.

하지만 200원 이하 담배에 붙는 세금은 단 60원(담배소비세 40원, 교육세 20원)에 불과합니다. 담뱃값에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을 위해 있는 특별 조항이지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지난해까지 시판됐던 ‘솔’ 담배도 단돈 200원이었습니다.

‘200원짜리 담배’를 파는 업체들은 이 점을 이용한 겁니다. 담뱃값이 올라가는 틈을 타 서민층을 위한 저가(低價) 시장을 파고들자는 전략이죠. 판매 신고만 제대로 하면 불법도 아닙니다. 담배는 국내에서 제조한 것이 아니라 동남아나 중국에서 수입한 것입니다.

값이 엄청 싼 만큼 꽤 팔릴지도 모르겠네요. 문제는 품질입니다.

이런 담배의 니코틴 함량은 일반 담배의 2, 3배를 넘습니다. 그만큼 건강에 더 나쁘겠죠. 또 장기간 유통시키는 경우가 많고 유해물질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200원 이하 담배에 대한 세금 감면 조항도 7월부터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것이죠. 7월 이후에도 거리에서 200원짜리 담배가 보이면 대부분 밀수나 가짜 담배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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