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하예린/학점관심 A, 사회관심은 C

  • 입력 2006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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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를 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도 같이 강의를 듣는 수강생 중에서 석차가 뒤에 처지면 원하는 학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평점에 민감한 학생들은 절대평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수업 시간,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한 과목 학생 수가 일정 수 이하면 교수님이 학사지원부에 절대평가로 바꿔달라고 신청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수업 수강생이 11명인데요….”

다른 학생이 거들었다. “교수님 20명 이하면 절대평가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이 답변했다. “출석부에는 학생 수가 20명이 훨씬 넘어요. 수강신청을 해놓고 나오지 않는 학생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학생이 “교수님, 학교 홈페이지에는 수강생 11명으로 나오던데요. 수강 신청 정정기간에 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도 활발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얼마 후, 교수님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한 대추리 분교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교수님은 “예전 같았으면 대추리 분교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학생들이 이렇게 조용할 수 없는데…”라고 말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책상만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물론 학생들이 대추리 분교 사태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강의실 복도에서 관련 대자보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추리 분교 사태에 대한 집회나 찬반토론이 열리지는 않는다. 사석에서도 대추리 분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시위대 편에 설 수도 있고 정부의 미군기지 이전 정책을 수긍할 수도 있다. 그것은 각 개인의 선택이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무관심도 개인의 선택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일까?

학점 문제에 관해서는 그토록 적극적이면서,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은 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성향 또한 선택의 문제일 뿐인가?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하예린 고려대 언론학부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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