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놀이공원에 표가 뛰어다닌다?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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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영화테마파크, 서울에 디즈니랜드, 경기도에 한류우드…. 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놀이공원을 만들겠답니다. 그러나…. 즐거운건 즐거운거고걱정은걱정. 그 청사진 위로 표가 뛰어다니는게 보이거든요. 지방선거, 또 대선. 부디 기우였으면 합니다.》

1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선 성대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미국 영화사 MGM과 부산시가 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 안에 2010년에 30만 평 규모의 영화 테마파크 ‘MGM 스튜디오시티’를 건설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죠.

MGM이 단독 테마파크를 세우는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포함해 연간 500만 명이 다녀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 테마파크 건설 계획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1년 서울대공원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는 2010년 고양시에 한류(韓流) 콘텐츠 테마파크인 한류우드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 이슈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챙겨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테마파크 건설의 의미를 폄훼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최근 테마파크 건설 계획을 밝힌 지자체장들이 모두 이런저런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들이란 점이 눈에 띕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테마파크 건설을 통한 표 매집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귀띔하더군요.

테마파크가 가시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디즈니랜드는 ‘사업을 할지 말지’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MGM 스튜디오는 1조 원에 이르는 사업비 조달 계획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한류우드의 사업 진행이 그나마 빠른 편이지만 최근 사업자 선정을 마친 정도입니다.

시장 상황도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대표 테마파크인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입장객은 지난 10년 동안 1500만 명 수준에 멈춰 있습니다. 주 고객인 어린이 청소년들은 갈수록 밖에서 놀기보다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편을 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테마파크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잠재시장 최소 1억 명 △교통 숙박시설 등 탄탄한 인프라 등이 충족돼야 한다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의 테마파크 건설 계획 발표가 다소 성급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놀이공원’은 여전히 많은 이를 설레게 하는 공간입니다. 혹시라도 정치 바람을 타고 꿈의 공원(公園)이 공원(空園)이 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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