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문화 상대주의’와 ‘문명의 충돌’

입력 2006-02-14 03:05수정 2009-10-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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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덴마크의 한 일간지가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테러범으로 풍자한 만화를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이 분노하고 있다. 유럽 국가의 대사관에 방화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이슬람권은 “마호메트에 대한 모독”이라며 ‘만화가에게 죽음을’을 외치고 있는 반면 유럽 언론은 “종교도 표현의 자유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옹호하는 분위기다. ‘문화 상대주의’와 ‘문명의 충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8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김상욱 과천중앙고 2학년

지금 유럽사회는 마호메트 풍자 만평으로 인하여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①초기 덴마크가 이슬람국가에 대한 사과로 주춤하던 시위는 ‘언론의 자유’를 말하며 유럽 언론들이 신문, 잡지에 이 만평을 기재하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예전부터 ②그리스도교의 사람들은 다른 나라를 자신들과 같은 ‘문명국’으로 만든다는 사명을 갖고 정복전쟁을 하였다. 이들은 타문화는 모두 미개하다고 ③생각하는등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④현 유럽인들이 그리스도의 비판에는 강력히 반발하는 데 반하여 마호메트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를 표방하는 것으로 보아 이 사태 역시 위와 같은 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⑤<지금 이슬람 국가들은 유럽 상품의 불매운동을 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평화적 사태 수습을 주장하는 ⑥온건파들보다는 테러를 통한 보복을 주장하는 강경파에 힘을 주고 있다. ③이에따라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유럽과 이슬람교를 대표하는 중동 사이의 크고 작은 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⑦‘슬픈 열대’라는 책은 각 나라가 자신에게 필요한 최선의 방법으로 문명을 발전시켰으므로 문화 간의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⑧그러므로 우리는 각 나라의 문명을 있는 그대로 왜곡되지 않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⑨그러므로 ‘문화 상대주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유럽의 태도는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하지만 ⑩<이 사태를 ‘문명의 충돌’로 확대시키려는 ③이슬람내 강경파의 태도 또한 비판받아야 한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다. ⑨그러므로 다원성을 인정하여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이번과 같은 몰상식한 사태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첨삭지도

①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사건 초기 덴마크가 이슬람권 국가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주춤해졌던 시위는 유럽 언론들이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며 만평을 게재하자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로 바꾸는 것이 좋다. ‘기재(記載)’가 아니라 ‘게재(揭載)’가 맞다.

② 그리스도교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을 모두 지칭하는 말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서방 세계’나 ‘서구 세계’로 바꾸는 것이 좋다.

③ 띄어쓰기에서 잘못이 보인다. 각각 ‘생각하는 등’ ‘이에 따라’ ‘이슬람 내’로 고쳐야 한다. 의존명사는 띄어 써야 한다.

④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문장이다. 논술문은 철저하게 근거를 갖고 진술해야 하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어휘에서도 ‘사상(思想)’보다는 ‘태도(態度)’가 문맥에 어울린다.

⑤ 현재의 쟁점 상황에 대한 설명이므로 본론보다는 서론으로 옮겨 가는 것이 내용이나 조직상 더 자연스럽다.

⑥ ‘온건파’와 ‘강경파’가 대등하게 쓰이고 있으므로 ‘온건파들’을 ‘온건파’로 고쳐 표현을 통일해야 한다.

⑦ ‘슬픈 열대’라는 책이 말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을 통해 작가가 말을 한 것이므로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저서 ‘슬픈 열대’에서 ∼ 않는다고 말했다”로 고치는 것이 더 매끄럽다.

⑧ 문장의 구조도 어색하고 어휘의 쓰임도 이상하다. 또한 글의 흐름으로 보아 긴요한 것이 아니므로 지워도 무방하다.

⑨ 접속어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중복된 접속어는 글의 흐름을 방해한다. 뒤의 것은 안 써도 내용상 큰 무리는 없다.

⑩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태도는 양비론적인 것으로 논술에서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 생각 넓히기

① 냉전 시대에는 ‘이데올로기’를 축으로 나라 간에 단선적인 갈등이 일어났으나, 1990년대 이후 탈(脫)이데올로기 시대에는 종교, 문화, 민족, 인종 등 다양한 축으로 복합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이해한다. (윤리,정치)

② 서구 사회만이 진정한 문명사회라고 보는 사회진화론의 시각에서, 기독교 문명은 우등한 문화이고 이슬람·유교 문명은 열등하다는 인식이 대표적인 문화절대주의 사례의 하나다. (사회문화, 일반사회)

③ 문명사에서 중동 지역은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로서 유럽이나 아메리카 지역보다 선진적인 문명을 이룬 지역이어서 이슬람권은 역사와 전통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세계사, 사회문화)

④ 문화는 그 문화가 생성된 사회의 시각으로 ‘이해’해야 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시각으로 상대방 사회의 문화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거부하는 ‘극단적 상대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문화상대주의’를 통해서만 문화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 (사회문화, 윤리)

최강 최강학원원장·논술강사


■ 총평 - 부실한 서론-본론 탓에 평이한 마무리 아쉬워

일반적으로 균형 감각을 갖춘 글을 좋은 글로 평가한다. 그러나 논술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사고력을 발휘하는 글이다. 논술문에는 누구나 생각하는 일반론보다는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 있는 사고가 드러나면 좋다. 그런데 둘 다 그르다고 하는 양비론(兩非論)은 균형 감각은 있을지라도 자신의 자유롭고 개성적인 주장을 내세워야 하는 논설문에서는 주장을 모호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이는 양시론(兩是論) 또한 마찬가지이다.

논술문은 서론-본론-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꼬리를 물고 나가야 한다. 이 글은 앞에서도 지적 했듯이 현재의 문제점과 그 원인이 섞여 있어 서론과 본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부실한 서론과 본론의 구조 때문에 결론에서 뚜렷한 의견이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 아쉽다. 더구나 적절한 어휘의 선택은 글의 정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품격까지도 높여 준다. 이 글 중 첨삭에서 지적한 것 이외에 마지막 문장의 ‘몰상식(沒常識)’같은 어휘는 논술문에는 적절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에듀 평가이사·논술강사

■ 고교생 다음(2월 21일) 주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워드의 인기가 높다. 연예인 다니엘 헤니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한 이후 인기 상한가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같은 혼혈인이라도 스타에 대해서는 열광하면서도 사회 전반적으로는 혼혈인을 멸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이중적 태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8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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