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키티맘']<中>직장 내 '유리천장' 뚫기

입력 2006-01-18 03:04수정 2009-10-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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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맘은 가정과 일을 모두 중요시한다. 이들은 사회에선 금녀 영역을 개척하고 있으며, 자녀를 위해 교육을 중시하는 정당에 한 표를 던지는 등 당당히 주권을 행사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회사가 케이크를 마련해 매달 한 번씩 여는 생일잔치는 여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 회사 직원 56명 가운데 여자는 41명. 여직원은 대부분 20대 후반∼30대다. 이 회사는 여직원이 늘자 7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자녀 양육비를 지원하고 출산휴가를 1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노선미(30·여) 기획편집팀 팀장은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금녀의 벽’을 뚫어라=‘키티맘’은 사회의 ‘주인공’이다. 키티맘 세대인 25∼3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83년 38.5%에서 2003년 55.3%로 크게 늘었다. 이들은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분야에도 진출해 해당 분야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수경(31) 교수는 KAIST 기계공학과 설립 이후 34년 만에 첫 여교수가 됐다. 그는 “여자가 할 수 없다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진출하지 못할 분야가 없다”고 말했다.

1954년 설립된 동국제강의 최초 여성과장 노인선(33) 구매팀 과장.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역동적인 직업이 좋다는 이유로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그는 “일과 가정생활을 모두 충실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여성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2003년 처음으로 여성 자동차검사원을 선발한 교통안전공단의 인사노무팀 관계자는 “여성 검사원들이 더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강해지는 우먼파워=키티맘의 위력은 갈수록 강해져 출판사, 홍보대행사 등은 여성 직원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여성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여성 최초로 매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부사장급)가 된 김용아(32·여) 씨는 “나이가 어려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키티맘의 벤처기업 진출도 본격화됐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1999년 2명에 불과했던 여성 벤처 경영인 수는 지난해 321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키티맘 세대가 40명에 이른다.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 박지영(朴智煐·31·여) 사장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여러 차례 실패를 딛고 거듭 창업해 성공한 사례. 그의 남편은 같은 회사의 중국 지사장이다. 그는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성별에 따른 역할이나 지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앞길은 더 창창=키티맘의 성공 비결은 교육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학 신입생 가운데 여자의 비율은 1980년대 35%에서 키티맘이 대학에 진학한 1990년대에는 42%로 높아졌다.

특수목적고를 졸업한 키티맘도 크게 늘었다. 과학고의 여학생 비율은 1980년대에 6%였지만 1990년대에는 29%로 늘었다. 외국어고의 경우 1992년 여학생이 입학생의 절반을 넘었다.

키티맘이 틔워 놓은 여성의 사회 진출로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기업의 인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험 성적만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면 여성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남자를 배려해야 할 정도라는 말이 나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 단과대의 수석 졸업생을 살펴보면 여성이 58명으로 남성(37명)보다 훨씬 많았다.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沈英姬) 교수는 “키티맘은 여성도 당연히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의식이 높은 교육 수준과 여성 차별을 없애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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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바꿔" 정치참여도 적극적▼

‘키티맘’은 정치 지형마저 바꿔놓고 있다.

이들이 출산문제와 자녀양육, 여성 차별 해소책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자 각 정당들은 키티맘을 사로잡을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키티맘은 이전 세대에 비해 정치 참여도가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각 정당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실시된 17대 총선의 여성 투표율은 59.2%로 남성 투표율(63%)에 비해 3.8%포인트 낮다.

이 같은 성별 투표율은 25∼34세 연령층으로 가면 이례적으로 역전된다. 25∼29세 여성의 투표율(45.6%)은 같은 연령대 남성의 투표율(41.1%)보다 4.5%포인트 높다. 30∼34세 여성의 투표율은 54.9%로 남성에 비해 3.4%포인트 높다.

숙명여대 이남영(李南永·정치외교학) 교수는 “보수적인 중년 여성과 달리 젊은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 힘든 현실적인 불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투표를 통해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진보적이 되어가는 여성층의 중심에 키티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여성을 주요 타깃 계층으로 삼는 미국 선거 현상과 비교되기도 한다.

1995년 콜로라도 시의원 선거에 나선 수전 케이스 씨는 “나는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늘 내 마음과 영혼은 가족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에 관한 공약을 앞세워 선거에 승리했다.

이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교육환경 개선 공약을 집중적으로 제시해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백인 젊은 여성의 표를 잠식하는 데 성공했다.


<특별취재팀>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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