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Cafe] ‘세종’의 미소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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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종, 떴습니다. 왜냐고요? 단군이래 최대 소송을 맡았기 때문이죠.

4조7830억 원짜리. 삼성차 채권환수 件입니다.

수임료요? 뭐 그게 문제겠습니까. 막강 삼성에 기분좋게 ‘찍혔는데’.

삼성과 채권단, 로펌들의 한판 승부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국내 로펌업계 4위(변호사 수 기준)인 법무법인 세종은 요즘 무척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의 ‘피고’인 삼성이 소송 대리인으로 세종을 선임했기 때문이죠.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삼성차 채권단이 지난해 12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28개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부채와 이자의 상환을 요구한 이 소송은 ‘단군 이래 최고액(額) 소송’입니다. 소송가액이 4조7830억 원, 인지대(법원에 납부하는 수수료)만 182억 원이지요.

수임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십억, 또는 수백억 원대라고들 합니다. 세종 측은 돈도 돈이지만 막강한 정보력과 인력을 거느린 삼성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삼성의 선택’에 재계와 로펌업계의 관심이 온통 쏠렸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세종은 지난해 여름 삼성의 의뢰를 받고 소송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소송이 제기되기 반년 전부터 삼성의 준비가 시작됐다는 뜻이지요.

삼성은 다른 유명 로펌과도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세종의 한 관계자는 “예상 가능한 채권단의 공격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법과 법리를 조목조목 제시한 것이 선정된 이유 같다”고 했습니다.

한편 ‘삼성차 소송’의 원고인 채권단은 삼성이 세종을 선임하기에 앞서 법무법인 태평양(로펌업계 3위)과 화우(5위)를 선임했습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 로펌에만 맡기면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의 눈치를 볼까 우려했다”며 “과거 삼성의 변호를 맡은 김&장, 삼성그룹 법무실장 출신인 송웅순 변호사가 근무하는 세종은 애당초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습니다.

채권단의 소송 대리인 선임 과정에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까지 진행됐다는 후문이네요.

시작부터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니는 소송. 삼성과 채권단의 승패 여부와 함께 대형 로펌들의 한판 승부도 큰 관심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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