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현장을 가다]<1>행정중심도시 충남 연기·공주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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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 보이는 금강 위쪽이 행정도시 내 녹지와 공원이 조성될 충남 연기군 남면 장남평야 일대.
아래쪽에 보이는 금강 위쪽이 행정도시 내 녹지와 공원이 조성될 충남 연기군 남면 장남평야 일대.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이 올해 단계적으로 분양을 시작한다. 175개의 공공기관이 옮겨 가는 혁신도시는 올해 초 부지 선정을 마무리 지은 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고,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토지 보상과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수도권에서 제주도까지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도시가 올해부터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다. 이들 신도시 예정지를 직접 찾아 개발 현장을 보여 주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살펴 보는 시리즈를 월요일자 부동산면에 싣는다.》

충남 연기군 남면 장남평야. 행정도시의 한복판이 될, 야트막한 둔덕조차 없는 이곳 200만 평은 인적조차 드물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곳에서 만난 마을주민 최모(41) 씨는 “행정도시를 만든다지만 너무 먼 일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상 ‘합헌’ 판결을 받은 뒤 행정도시 사업은 원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 작업을 시작으로 이미 본격화됐다.

2일 행정도시건설청이 정식으로 문 열었고, 7월까지는 도시 설계 작업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두 개의 고리’ 형태 건설안 윤곽

정부는 행정도시를 이원(Two Rings)형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도시의 중심은 녹지로 꾸미고 행정 상업 시설을 바깥쪽에 배치하는 최근 도시 건설 추세에 따른 것. 기자가 찾은 장남평야는 도시 내부의 녹지와 공원 등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행정도시건설청 김필중 정책홍보팀장은 “별도의 개간 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땅이 평탄해 신행정수도 추진 과정에서는 청와대 등이 옮겨 갈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등 12부 4처 2청 등 49개 국가기관과 17개 국책연구기관은 장남평야 외곽에 원형으로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행정도시 예정지를 자동차로 1시간가량 둘러보니 도시의 중심과 외곽은 산과 강이 자연스레 경계를 만들고 있었다. 장남평야 북쪽은 원수산(254m)이 좌우의 야산들과 서 있고 남쪽은 금강이 흐른다. 예정지를 흐르는 금강의 폭은 20m 정도로 하류보다 폭은 좁았으나 경계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행정도시 예정지의 중심 부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보상의 이유로 수도를 공주시 장기면 일대로 옮기려던 이른바 ‘백지계획’ 예정지의 바로 오른쪽에 있다. 행정도시는 ‘백지계획’과는 달리 연기군(93%)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백지계획’ 예정지를 가 보니 200∼300m 높이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행정도시에 비해 외부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을 듯했다.

한때 이곳도 행정도시 예정지 중 하나로 거론됐으나 ‘지리적 폐쇄성’이 오히려 결격 사유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이곳의 주산 격인 국사봉(214m)이 남쪽에 떨어진 장군봉(354m)보다 140m나 낮은 것은 ‘신하가 임금을 굽어보는 형상’이라는 일부 풍수학자의 지적도 행정도시의 중심을 연기군으로 옮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 “우리는 조용히 나가고 싶다”

“1월 12일 행정도시건설청 개청식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다니까 예상 진입로 양 옆에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잔뜩 붙여 놓아야 할 것이여.”

금강 인근 K매운탕 집. 연기군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 씨는 함께 식사 중이던 직장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행정도시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토지 보상과 원주민 이전 문제 등 미해결 현안은 아직 산적해 있다. 지난달 한국토지공사는 1차 보상 규모를 총 3조4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 수백 명은 보상가 현실화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주민 한 명이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진통은 여전하다.

행정도시 예정지 곳곳에는 ‘우리는 조용히 나가고 싶다’ ‘(행정도시 예정지로 편입하려는) 경계선은 무효다’ 등을 붉은 글씨로 쓴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특히 연기군에서는 700년 이상 마을을 이뤄 살았다는 부안 임씨 종친회와 개척교회를 일군 목사 10여 명 등의 반대가 거세다. 정부는 이들의 지역 사회 내 영향력 등을 감안해 행정도시 예정지 내에 별도 공간을 내 줄 계획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식품 관련 업체가 밀집한 월산공단의 이전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입주 업체들은 최근 내수 부진으로 간신히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 이전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액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건설교통부를 비롯해 총리실 교육부 행정자치부 등 10여 개 부처와 지자체에서 파견된 147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도시건설청의 연착륙 여부도 사업 진행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제외하고 특정 사업을 위해 이처럼 ‘다국적 부서’가 만들어진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행정도시 인근 충청지역 분양 예정 아파트
위치건설사총가구
(일반분양)
평형분양
예정
충남공주시 금학동삼호48335∼582월
공주시 금흥동대동주택89030∼409월
공주시 신관동두산산업개발90030∼5010월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리대림산업1,05133∼537월
연기군 조치원읍 신흥리삼호68135∼642월
연기군 조치원읍 죽림리우방51332∼473월
GS건설1,43433∼573월
대전대덕구 석봉동풍림산업3,98225∼3810월
대덕구 신탄진동현대건설570미정5월
서구 관저지구한일건설2,42830∼505월
서구 탄방동건영10141∼632월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대우건설30248∼6110월
경남기업34449∼676월
유성구 봉산동주공990미정12월
중구 문화동남광토건26441∼483월
중구 용두동두산중공업70038∼7010월
중구 태평동쌍용건설965(183)25∼332월
충북청주시 강서지구한라건설43229∼344월
호반건설산업450343월
대원33048∼523월
대림산업42045∼539월
청주시 복대동신영4,300미정하반기
한라건설67033∼486월
청주시 분평동(1차)계룡건설산업17539∼592월
〃(2차)계룡건설산업15039∼512월
청주시 비하동대림산업41433∼485월
〃(2차)계룡건설산업60033∼596월
청주시 사직동두산산업개발57639∼782월
롯데건설3,457(643)25∼655월
청주시 성화지구주공500미정9월
남양건설58038∼553월
자료: 닥터아파트

연기·공주=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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