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우리 손으로” 독도를 지키는 시민들

  • 입력 2005년 3월 1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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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호 출발합니다”16일 독도 주민 김성도 씨가 재경독도향우회, 한국보트협회, 대우종합기계 등의 후원으로 만든 어선 ‘독도호’를 전달받았다. 김 씨는 앞으로 울릉도에서 독도를 오가며 이 배로 고기잡이를 할 예정이다. 포항=뉴시스
“독도호 출발합니다”
16일 독도 주민 김성도 씨가 재경독도향우회, 한국보트협회, 대우종합기계 등의 후원으로 만든 어선 ‘독도호’를 전달받았다. 김 씨는 앞으로 울릉도에서 독도를 오가며 이 배로 고기잡이를 할 예정이다. 포항=뉴시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본의 ‘선전포고’에 맞서 한국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다.”

서울 여의도의 밤섬(24만1490m²·7만3000여 평)보다도 작지만 한국 주권의 상징이 되어버린 섬, 독도(18만6121m²·5만6400여 평)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

2000년 3월 창립된 ‘독도수호대’도 그중 하나. 1950년대 일본의 독도 침탈을 온몸으로 막아낸 ‘독도의용수비대’의 정신을 계승한 단체로, 조선시대 안용복 장군 등 독도 수호에 앞장선 선조들의 얼을 기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경북 울릉군에 의용수비대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독도수호대는 지난해 10월부터 ‘독도의 날’ 제정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제국 광무4년(1900년) 10월 25일 고종 황제가 독도를 대한제국의 영토로 재확인하는 칙령을 공포한 것을 기념해 이날을 독도의 날로 지정하자는 것.

독도수호대 민병성(37) 운영위원은 “최근 독도의 날 제정과 관련해 국민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 독도 탐방을 추진하는 등 독도 수호를 위한 시민참여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도를 몸으로 지키기 위해 상징적으로 호적을 독도로 옮기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울릉군에 따르면 1987년 송재욱(64) 씨 가족 5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63가구, 965명이 독도로 본적을 옮겼다.

1987년부터 ‘독도리(里)’ 신설과 독도 우편번호 배정운동 등을 벌여온 ‘독도 유인화(有人化) 한민족운동본부’는 독도에 선박 해상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독도 방문 행사를 꾸준히 추진해 온 ‘독도의병대’는 이달 초부터 독도사랑 작품 공모에 나섰다.

‘독도 역사 찾기 운동본부’는 2001년부터 매달 한 번씩 독도 영유권 문제에 관한 강좌를 연 데 이어 최근 일본의 독도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한일 어업협정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독도 연구 동아리인 한국외국어대 독도문제연구회 등 젊은 ‘독도지킴이’도 적지 않다. 1987년 창립된 독도문제연구회는 울릉도와 독도 간 뗏목 탐사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수십 년간 축적된 독도 관련 자료를 수시로 교내에 전시하고 있다.

부산 국제고등학교는 2002년 학생들을 상대로 독도 관련 연구발표회를 열어 영유권 분쟁의 역사와 세계의 시각 등을 담은 논문집 ‘독도는 우리 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자는 매년 지리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기면 양포항에서는 2003년 11월 독도로 주소지를 옮긴 편부경(片富敬·51·여) 시인 등이 모금해 만든 1.3t급 ‘독도호’ 진수식이 열렸다.

1970년부터 독도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독도호의 선장 김성도(金成道·65) 씨는 “일본 사람들이 독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독도를 지키겠다”며 “2003년 태풍 매미로 배를 잃고 울릉도로 집을 옮겼지만 올해 10월부터 다시 독도에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포항=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 서기종 회장 인터뷰▼

“지금도 언제든지 독도를 지키러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킨 우리 땅을 일본이 넘보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주세요.”

광복 후부터 독도를 탐내던 일본에 맞서 독도를 지켜 온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의 서기종(徐基宗·76·사진) 회장은 최근 독도 관련 사태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길 없다.

1953년 4월 수비대는 독도 근해에 출몰하던 일본 어민에 대항해 고 홍순칠(洪順七) 대장을 중심으로 소총 몇 자루와 박격포 1문만 들고 독도로 갔다. 1956년 12월 경찰에 독도 경비를 인계할 때까지 일본 순시선과 총격전을 벌이고 추위와 굶주림 등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리 땅은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의지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독도는 협상의 대상일 수가 없는 우리 영토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논란거리가 되도록 방치한 탓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현재 33명의 수비대원 가운데 생존해 있는 사람은 12명. 이제는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지만 해마다 5월이면 동지회 모임을 가지며 ‘독도 수호 정신’을 되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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