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씨는 13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92년 9월 12일 잡히자마자 안기부에 끌려가 옷이 다 벗겨진 채 각종 고문을 당했다”며 “2,3일 후 ‘사장’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고문실로 들어와 ‘이 새끼, 완전 꼴통이구만’이란 욕설과 함께 들고 있던 막대기(두께 1cm·길이 30~40cm)로 성기를 때린 후 ‘이 새끼, 족쳐’란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양 씨는 “처음에는 ‘사장’ 이란 존재가 누구인지 몰랐으나 98년 8·15 특사로 나와 보니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정형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끔찍했던 당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철우 의원 사건과 관련해 정 의원이 ‘고문을 한 적이 없다’고 뻔뻔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 씨의 이런 주장과 관련해 정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터무니 없다”면서도 “걸핏하면 고문당했다, 고문 조작했다고 하는데 이런 버릇을 고쳐 놓기 위해서 양씨를 형사고소 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당시 나는 수백건의 사건을 지휘하는 위치(수사 차장보)에 있었다”면서 “(기관의) 구조상 차장보가 고문한다거나 직접 면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차장보가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 움직이는데 (설사 만났다고 해도)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누굴 때렸겠냐”고 덧붙이며“김낙중 같은 거물 같으면 모를까 양 씨 같은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또 내가 만날 이유도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사건은 거물들이 많아 초기부터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자주 면회를 했고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관인가 비서인가가 이사건으로 구속됐다”며 “이 때문에 대선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졌다고 생각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훗날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이 사건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만약 고문과 같은 사실이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터무니 없는 말을 한 그 사람은 지금 쯤 (거짓주장을 한 것을)후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씨는 정 의원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잘 됐다. 제발 고소를 했으면 좋겠다”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족해방애국전선 강원도위원장이었던 양씨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이철우 의원이 민해전에 가입했다는 주장은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민해전 강원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의원을 민해전에 가입시켰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92년 민해전과 별도조직인 ‘조국통일민족해방전선’을 자신의 주도로 만들었는데 이 의원은 그때 가입했다는 것.
양씨는 “87년 6월 항쟁때 이 의원과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왔으나 총선이후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돼 지금은 조금 소원해졌다”라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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