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현장을 찾아서]<1>마음수련원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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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과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인들.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줄 냉수 한 사발 어디 없을까. 이런 욕구를 반영하듯 요즘 ‘나’를 찾고 ‘내 마음’을 닦기 위한 참선 명상 등의 수행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면 일상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마음 닦으러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들의 수행 현장을 매주 금요일 소개한다.》

“마음이 무엇입니까.”

7일 충남 논산시 상월면 계룡산 자락에 있는 마음수련원. 70여명의 초급 수련생들은 강사 김정훈씨(38)의 첫 질문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김씨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마음을 닦으러 여기 왔는데 마음이 뭔지 알아야 닦을 것 아닙니까.”

마음수련원은 1996년 경남 합천 가야산에서 문을 연 뒤 2001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지금까지 12만명이 이곳을 다녀갔으며 국내외에 57개 지원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은행 일산백병원 삼성SDI 기아자동차 등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음수련 강의도 진행했다. 특정 종교적 배경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빠른 발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련법이 간단한 데다 1주일 만에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여름에 냉면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냉면을 맛있게 먹었던 과거의 기억 때문이죠. 마음은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기억의 덩어리입니다. 우리가 지닌 ‘참 마음’에 경험과 지식이 덧붙여지면서 ‘지금의 마음’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마음은 내 틀과 시각에 갇혀 있죠. 그래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들고 자기 위주로 하려고 듭니다. 자기 마음도 모르면서 내 마음대로 남을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화도 나고 미워하게 되는 거죠.”

결국 마음을 닦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버리고 참마음을 찾는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마음(기억)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홍성복 원장은 마음수련원의 핵심은 ‘마음 버리는 법’을 구체적이고 쉽게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대개 마음을 비운다고 해도 마음속의 근원적 감정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금방 다시 채워진다고 말했다. 우물물을 퍼내도 우물 밑의 샘을 막지 않으면 다시 차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먼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죽으면 감정이니 고통이니 이런 게 하나도 없을 것 아닙니까. 그 다음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를 하나씩 떠올리며 기억(마음)을 버리십시오.”

홍 원장은 자신의 삶을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 필름을 하나씩 버리라고 말했다. 이렇게 인생의 영화를 1주일 안에 수십 차례 돌리면 마음을 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련생들은 강의를 듣고 한 시간 동안 단체 수련을 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수련을 계속한다. 특별한 규정이나 자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기억의 필름 버리기’를 하고 담당 강사와 진도에 대해 상담하면 된다.

그동안 다른 수련법을 많이 경험해봤다는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 박철범씨(39)는 절친한 동료의 권유로 참가했다.

“처음엔 억울하게 당했던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내 관점에서 당시 상황을

수련생들은 편한 복장으로 수련한다. 수련원은 “‘마음 수련이 짧은 기간에 된다, 안된다’를 예단하지 말고 일단 체험해보라“고 주문한다.-논산=박영대기자

보니까 원망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몇 번 기억을 되풀이하다 보니 제3자의 시각에서 보게 되고 제가 잘못한 일도 많았다는 걸 알게 됐죠. 다른 기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까지 잘못 살았다는 후회 때문에 펑펑 울었습니다. 고통이 결국 나에게서 비롯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청소년 상담원인 김은영씨(35·여)는 “나를 버리다보니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내 기준’을 강요하며 살아왔는지, 또 얼마나 나를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 발버둥쳐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며 “내 마음조차 속이며 살아온 셈”이라고 털어놨다.

교육인적자원부 정기언 차관보, 한국과학기술원 이덕주 교수, 고려대 행정학과 이종범 교수는 마음수련원 월간회지에 각자의 체험기를 싣기도 했다.

이종범 교수는 6월호 회지에서 “교수로서 체면과 위신을 지키려는 노력이 나를 억압해왔다는 걸 깨달았다”며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실제로 버린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뿐 아니라 목사 스님 등 종교인들도 이곳을 찾는다”며 “‘나 자신을 1주일 안에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수련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이렇게 수련해보세요

배꼽 높이 벽에 점찍고 1m뒤서 응시

그 점위에 내 기억을 버린다고 생각

마음수련법은 대구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던 우명(禹明) 선생이 만든 수련법. 홍성복 원장은 98년 그에게서 수련법을 배웠다. ‘나를 죽인 뒤 내 기억을 버린다’는 수련법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세부적인 것까지 버리게 된다.

최종단계인 8단계에 이르면 ‘나’란 존재가 없어지고 우주 자체가 곧 자기가 된다고 한다.

‘나를 죽인 뒤 기억을 버린다’는 것만 지키면 수련자세는 앉든지 눕든지 서든지 상관없다. 하지만 수련원측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배꼽 정도 높이의 벽에 점을 찍고 1m 뒤에서 책상다리로 앉아 이 점을 응시하며 그 점에 내 기억을 버린다고 생각하라고 권한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점을 찍고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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