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민동필/과학재단 교육부이관 신중을

  • 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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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만들자는 구호 아래 과학기술 분야의 성장동력 과제에 대한 집중투자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 행정체제 개편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체제 변화에는 의도하지 않은 다른 결과를 낳는 역기능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부의 체제를 개편하는 데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성장에는 많은 기초 투자가 필요한데, 그런 기초 투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간과하고 겉에 드러난 결과만 가지고 개편을 시도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지금 추진되는 과학기술부 체제 개편작업이 바로 그런 꼴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과학의 기본 토양을 다시 뒤집어엎는 졸속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체제 개편의 주된 내용은 과학기술부가 담당하던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사업 전반을 교육인적자원부로 돌리고 과학기술부는 목적 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사업만 주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과학의 기초 토양 성장을 주관해 오던 한국과학재단은 할 일이 없어지고 축적해 놓은 노하우와 정보도 유실될 형편이다. 그동안 과학재단은 과기부 산하에서 우수연구센터 지원사업, 해외 포스닥 지원사업 등 전문적인 연구지원사업을 해 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과기부와는 풍토가 다르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교육뿐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도 맡고 있기 때문에 과기부와 같은 전문성을 갖지 못해 효율적 지원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과학재단을 이관하는 문제는 이제껏 경험을 축적한 과기부 및 재단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 뒤 결정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토양을 이루고 있는 연구자들의 충분한 참여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한 기관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의 토양을 갈아엎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민동필 서울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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