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48>卷三. 覇王의 길

  • 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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鴻門의 잔치 ⑥

“저 사람은 누구요?”

일을 심상찮게 본 항우가 계포에게 물었다. 병졸 차림을 한 사내가 계포를 대신해 나섰다.

“저는 패공의 좌사마(左司馬)로 있는 조무상(曹無傷) 장군이 보내서 왔습니다.”

“패공의 좌사마? 그가 무슨 일로 내게 사람을 보냈단 말이냐?”

“좌사마께서 상장군께 특히 알려드릴 일이 있어 저를 보내셨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항우가 알 수 없다는 듯한 눈길로 그 사내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 사내가 흘깃 좌우를 살피며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좌사마께서 말씀하시기를 상장군께서는 음흉한 패공에게 속으실까 걱정된다 하셨습니다. 자영의 항복을 받은 패공은 스스로 관중(關中)의 왕이 되려고 온갖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자영을 승상으로 삼고 진귀한 보배를 모두 차지하고, 시황제가 누리던 권세와 영광을 이으려는 것입니다. 이번에 함곡관을 닫아걸게 한 것도 실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역시 그랬구나. 이 장돌뱅이 놈이 허황된 욕심만 늘어가지고….”

항우가 그렇게 소리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그 사내에게 물었다.

“그런데 패공의 군사는 얼마나 되는가?”

“20만이라고 떠벌리지만 실상은 10만을 크게 넘지 못합니다.”

“알았다. 내일 아침 군사들을 잘 먹인 뒤 한 싸움으로 패공을 사로잡으리라! 내 백만 대군을 제 놈이 어떻게 당해내는가 보자.”

그런 다음 항우는 그 사내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돌려보냈다. 조무상이 보낸 사람이 나가자 범증이 가만히 항우에게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패공은 산동(山東=여기서는 함곡관 동쪽)에 있을 때는 재물을 탐내고 여자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런데 관중으로 들어온 뒤에는 터럭만 한 재물도 취하지 아니하고, 여자도 가까이 하지 않으니, 이는 그의 뜻이 작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또 제가 사람을 시켜 패공 주변을 떠도는 기운을 살펴보게 하였는데, 모두 용과 범의 기세로 오색이 찬연했습니다. 이는 곧 천자의 기운이니, 상장군께서는 반드시 패공을 죽여 그 기운을 흩어버리셔야 합니다. 내일 아침 급히 들이치시어 때를 놓치지 말고 죽여 버리도록 하십시오!”

이에 항우는 한층 더 패공을 죽일 뜻을 굳혔다. 그날 밤으로 장수들에게 명하여 다음날 일찍 싸울 채비를 하게 했다.

그때 항백은 좌윤(佐尹) 벼슬을 받고 조카인 항우 밑에서 싸우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패공 유방을 공격하여 그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듣자 몹시 놀랐다. 패공을 따르고 있는 장량 때문이었다.

오래전 어려웠던 시절에 항백은 장량의 도움을 크게 받은 적이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진나라 관부에 쫓기는 그를 숨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오중(吳中)에 자리 잡은 아우 항량과 조카 항우를 찾아갈 때까지 몇 년이나 형제처럼 돌봐주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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