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진규/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입력 2004-04-02 18:42수정 2009-10-10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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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의 언어영역 강의로 유명해진 선생님 한 분이 얼마 전 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송에서 유명세를 타면 사교육 시장으로 떠나는 사례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분은 지난해 언어영역의 지문으로 월북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라고 한 예측이 맞아떨어져 ‘스타 강사’란 별칭을 얻었다. 당시 유명 입시학원들이 거액을 제시하며 영입을 시도했지만 그는 “가난해도 순수한 우리 아이들을 버릴 수 없다”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그 소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빌어 가며 수업을 해도 절반 이상이 잠자기 일쑤고, 조금만 야단쳐도 대드는 아이들을 보며 조금씩 지쳐 갔다”는 넋두리는 그렇다 치자. “차라리 사교육에서 진정한 사제관계를 찾고 싶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차라리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면 그나마 떳떳했을 것이다. 교사는 지식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나 아이들이 어려워할 때 곁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도 교육 현장에는 자신의 월급을 쪼개 남몰래 제자를 돕는 선생님, 격무에 목이 붓고 눈에 핏발이 서도 아이들의 맑은 눈빛만 보면 절로 힘이 솟는다는 선생님이 적지 않다.

이달부터 EBS 수능방송과 인터넷 강의가 시행됐다. 방송 내용을 출제에 반영하겠다는 당국의 발표에 따라 학생들의 눈과 귀가 교육방송에 쏠릴 것은 뻔한 이치다. 여기에 출강하는 교사들이 명심할 사항이 있다. 이번 대책이 궁지에 몰린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니 만큼 강의를 통해 얻는 명성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에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이다.

교사의 한 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제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교단에 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자 특권이다. 그 특권을 포기할 때 교사가 설 땅이 어디에 있겠는가?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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