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헨리 조지 학회’의 후예들

  • 입력 2004년 3월 24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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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통합과 공정경제를 위해 토지보유과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겠다.”(이정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현 대통령정책특보, 2003년 1월 인수위 업무보고)

“부동산에 관한 한 정책에 맞서지 말라.”(이종규 재정경제부 재산세제 심의관·현 재경부 세제실장, 2003년 10·29대책 기자브리핑)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의지는 확고하다. 불안조짐이 있으면 언제라도 강력한 부동산 공개념 대책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 2004년 2월 12일 건교부 청와대 업무보고 관련 기자브리핑)

부동산 정책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라 할 청와대, 재경부, 건교부의 최고위급 관료들의 집값, 땅값에 대한 소신이다.

역대 다른 정부들도 모두 집값, 땅값이 급등하면 이른바 ‘강력한’ 부동산가격 안정대책들을 수시로 내놓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이번 정부 정책담당자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이전과는 다소 차원이 달라 보인다.

이정우 정책특보의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신념은 청와대에 오기 훨씬 이전부터 굳어져 있었다.

이 특보는 교수 시절 ‘헨리 조지 학회’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이 학회는 100여년 전 미국 학자 헨리 조지의 이론을 연구하는 단체. 헨리 조지의 토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사람이 만들어내지 않은 것, 즉 토지는 사유(私有)가 돼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토지공개념적 사고방식이다.

한국인의 빈부격차는 주로 주택, 토지 등 부동산에서 오는 불로(不勞)소득 때문에 훨씬 심각해졌다는 게 이 특보의 소신이다.

재경부, 건교부가 이 같은 청와대의 정책 기류를 모를 리 없다. 이에 따라 이들 부처는 ‘지난해 경제부처가 한 일이라고는 강남 집값 낮춘 것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줄기차게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보유세 강화, 부동산 신고제 등을 도입했고 그래도 더 오르면 더욱 강력한 토지 공개념적 대책을 내놓겠다는 사전 경고까지 했다.

현 정부의 임기동안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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