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권력’ 멀티플렉스 이대로 좋은가]<2·끝>게임룰 만들자

  • 입력 2004년 3월 11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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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영화 ‘낭만자객’ 상영을 둘러싸고 빚어진 해프닝은 충무로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프린트 수의 제한과 마케팅에서의 차별 대우를 이유로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낭만자객’의 상영을 거부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 결국 세 회사 책임자들이 모여 논의 끝에 두 멀티플렉스에서도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영화계에서는 이 일을 전형적인 ‘고래싸움’으로 보고 있다. CJ CGV(2600만 명) 메가박스(1420만 명) 롯데시네마(1300만 명) 등 지난해 532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3대 멀티플렉스는 중소 영화배급업자→작은 극장→메이저 배급업자→멀티플렉스로 이어지는 영화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영화의 선택권은 관객이 아니라 이들 멀티플렉스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이들 업체의 스크린 점유율은 23.7%였지만 관객 점유율은 48.3%에 이르렀다. 이들 업체가 올해 160개의 스크린을 늘릴 경우 세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과연 관객에게 영화의 선택권을 돌려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시장논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월트 디즈니의 배급사인 브에나비스타, 소니, 워너 브러더스 등 메이저 배급사들의 경쟁이 특정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인 브에나비스타의 스크린 점유율은 16.7%였고 나머지 배급사는 10% 안팎을 오르내리는 수준이었다. 국내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와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 두 배급사가 지난해 40.5%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했다. 덩치 큰 배급사들이 흥행작을 앞세운 ‘끼워 팔기’ 등으로 경쟁의 긍정적인 ‘미덕’은 사라지고 말았다.

프랑스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 나라 멀티플렉스에서는 한 영화를 두 스크린에서 상영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멀티플렉스가 이를 지킨다.

배재대 공연영상학부 김형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멀티플렉스를 찾은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려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과 관객들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객에게 영화의 선택권을 돌려주기 위해 멀티플렉스에서 특정영화의 집중적인 상영을 제한하는 ‘1 필름-3 스크린제’ 또는 ‘30% 상한선’(한 영화를 전체 스크린 수의 30% 범위 내에서 상영)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규정이 영화진흥법에 반영되도록 입법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영화잡지 ‘씨네21’ 편집장인 김소희씨(영화평론가)도 “스크린쿼터의 변형된 형태로 멀티플렉스 체인관의 일정비율을 대안영화에 할애하는 규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화산업적 측면에만 집중됐던 정부의 영화정책 방향전환도 논의되고 있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김준덕 교수는 “이제까지 정부의 정책이 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성의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200년 미국과 한국의 상위 배급사와 시장 점유율(단위 %)
순위미국한국
1브에나 비스타 16.7%CJ엔터테인먼트 21.9%
2소니 픽처스 13.2%플레너스(주)시네마서비스 18.6%
3워너 브라더스 12.7%청어람 7.5%
4유니버설 엔터테인먼트 11.8%코리아 픽쳐스 4.9%
5뉴라인 시네마 10.1%쇼박스 4.8%
*한국 순위에서 외국직배사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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