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임경순/생명윤리 대화 충분한가

  • 입력 2004년 2월 2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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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핵 치환을 통해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얻어낸 최근의 연구성과를 놓고 한국 과학의 잠재력을 과시한 놀라운 성과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반면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단체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이 연구성과는 미래 한국을 이끌 원동력인가, 아니면 인간을 재앙으로 끌고 갈 신호탄인가?

최근 들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는 거의 만능 치료수단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심장근육 및 뇌의 세포도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재생시킬 수 있다. 이런 놀라운 재생능력 때문에 척추 손상, 심근경색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고질적인 난치병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나오고 있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세포로서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로 나뉜다. 과거엔 배아 줄기세포는 개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지만, 태아 및 성체의 장기에서 얻는 성체 줄기세포는 추출한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로만 분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성체 줄기세포 역시 자신의 장기 이외에 다른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체 줄기세포를 치료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정란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보다 윤리적인 문제를 덜 일으킨다. 따라서 성체 줄기세포는 종교계에서 제기한 윤리문제를 피해가면서 세포치료를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체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의 종류가 제한돼 있고, 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할 경우에는 사람마다 서로 고유한 특질을 지녔기 때문에 나타나는 면역 거부반응이 문제가 된다.

이런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서 인간 체세포의 핵을 동물의 난자에 이식해 배아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동물에게만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돼 인류 전체를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성공한 체세포를 이식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면역거부 반응과 전염병 감염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포치료 및 장기 재생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가히 과학기술의 경이적인 성과라고 할 만하다. 반면 마음만 먹으면 이 배아 세포를 인간의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인간을 탄생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통제할 사회적 제동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생명기술을 바라볼 때 과학계와 일반사회간의 긴밀한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자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잣대가 과연 어느 수준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가능한 한 투명하게 자신의 연구를 추진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회 역시 과학기술에 대한 포괄적 통제보다는 세심한 개별적 제한을 통해 과학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서구과학의 발전과 기독교의 관계에서 볼 때 포괄적인 통제는 전반적인 과학의 암흑기를 초래했지만 기존 과학지식에 대한 정교하고도 세밀한 제한은 오히려 과학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근대과학의 출현에 기여했다. 과학과 사회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相生)하는 미래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자연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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