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송재학/버들강아지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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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

- 송재학

버들강아지에는 하늘거리는 영혼이 있다 봄날을 따라다니며 쫑알거리는 강아지의 흰 털도 버들강아지와 같은 종족임을 알겠다

한 영혼을 음양이 나뉘어서 하나는 어둔 땅 아래 뿌리를 가져 식물이게 하고 다른 하나는 어둠을 뇌수 안에 가두어 강아지처럼 돌아다니게 한 것이다

- 시집 ‘기억들’(세계사) 중에서

끌끌, 개울가 버들강아지와 마당귀 멍멍 강아지가 같은 견공(犬公)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손가락 한 마디만한 버들강아지 털 부슬부슬한 게 영락없는 강아지 꼬리로구나. 한데 강아지는 자라서 개가 되지만 버들강아지도 자라서 버들개가 되는가? 꼬랑지는커녕 콧구멍도 닮지 않은 땅강아지는 어째서 땅강아지인가?

입춘이 지났지만 봄기운보다 북풍이 얼얼하다. 냇가의 버들강아지 또한 아직 동면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하다. 툰드라의 봄날, 에스키모인들이 가장 먼저 따먹는 것이 버들강아지란다. 생으로도, 튀겨서도 먹는데 비타민이 풍부하다.

한 영혼이 나뉘어 식물과 동물이 되었구나. 여름철 삼복더위엔 동물성이 인기지만, 봄날 갯가엔 식물성 강아지 꼬리가 지천이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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