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김외정/숲을 돌보지 않으면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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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정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주일 이상 계속된 화재로 20만ha의 산림이 불타고 마을이 잿더미가 됐다.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지난해에도 대형산불이 발생해 240만ha의 숲과 건물 2000여채를 태웠다. 호주 시드니 근처 대형산불도 숲 30만ha를 태우고 시 외곽 15km까지 접근하면서 이재민이 5000명이나 발생했다.

이처럼 대형산불이 발생하면 숲은 자원가치를 상실하고 지역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그 때문에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산림건강성회복계획을 선언했다. 제때 숲을 가꾸지 못해 숲 속의 덤불이 불쏘시개가 되면서 대형산불을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는 도쿄(東京) 외곽의 삼나무 숲에서 발생하는 꽃가루 때문에 매년 봄 도쿄 시민의 10%가량이 화분증(花粉症)이라는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여기에 드는 연간 의료비만 2조8000억원, 노동손실은 65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지나치게 빽빽한 삼나무 숲으로 인한 이런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2000년부터 긴급간벌 5개년 대책을 수립해 전국적으로 650만ha의 숲을 가꾸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숲 가꾸기는 목재 가치를 높이는 기존의 간벌사업 개념에서 이젠 국민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국가 공공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기에 공공근로사업으로 44만ha의 숲 가꾸기를 실시했다. 그러나 숲 가꾸기가 다시 일반 정책사업으로 바뀌면서 350만ha에 이르는 ‘경제림’을 돌보는 사업이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대상지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산림의 소유자들이 수익성이 낮은 이 사업에의 참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최단 기간에 국토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30년 국토녹화 과정을 거치며 전국의 숲 대부분이 지나치게 빽빽해진 상태다. 숲을 제때 솎아주지 않으면 대형산불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 숲 자체의 물소비가 많아져 계곡물을 오히려 마르게 한다. 이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사업 차원에서 숲 가꾸기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김외정 임업연구원 산림경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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