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부와 여유 욕망의 상징 시가

  • 입력 2003년 11월 6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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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르멘‘의 한 장면처럼 시가를 허벅지 위에서 말고 있는 모습을 재현해 보이는 ‘톨세도르’ 제시카 이리사리씨. 일반적으로는 테이블 위에서 ‘차베테’(반달모양의 칼)로 다지면서 작업한다.(촬영협조: 웨스틴조선호텔 오킴스, 블루벨 코리아)
영화 ‘카르멘‘의 한 장면처럼 시가를 허벅지 위에서 말고 있는 모습을 재현해 보이는 ‘톨세도르’ 제시카 이리사리씨. 일반적으로는 테이블 위에서 ‘차베테’(반달모양의 칼)로 다지면서 작업한다.(촬영협조: 웨스틴조선호텔 오킴스, 블루벨 코리아)
19세기부터 부와 여유의 상징이 돼온 시가(cigar).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에선 탐닉할 수밖에 없는 욕망의 상징으로, 레닌이나 처칠 등 정치인의 세계에선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간편한 담배에 한풀 꺾였던 시가의 인기가 최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대 시가 수출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의 ‘마스터 톨세도르’ 루크레시아 발데스(52)는 그 이유를 “시가가 삶의 여유를 되찾아주는 청량제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톨세도르’는 시가를 마는 기능인이라는 뜻. 26년 경력의 그는 ‘마스터’ 즉 장인이라 불린다.

그는 경력 4년차 톨세도르인 제시카 이리사리(21)와 함께 각국을 돌며 시가 마는 법을 시연하던 중 지난 달 30일 한국을 찾았다.

●향을 음미한다는 것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시가리요(cigarillo·담배)를 잘 마신다면서요?”

“제가 마는 것은 ‘시가리요’가 아니라 ‘시가’인데요.”

발데스씨는 시가와 담배의 차이점부터 설명하고 나섰다. 담배가 폐로 연기를 마시는 것이라면 시가는 코로 향을 음미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또 “담배가 담뱃잎 찌꺼기를 모아 만든 가공식품이라면 시가는 자연 그대로의 담뱃잎을 배합해 만든 자연식품”이라고 덧붙였다.

담뱃잎을 20일∼3개월 건조시킨 뒤 다시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숙성시켜 원료 그대로를 포장해 내는 과정이 와인이나 치즈와도 비슷하다.

시가는 필러(속잎), 바인더(속싸개), 래퍼(겉포장) 등 세 부위가 모두 담뱃잎으로 이뤄져 담뱃잎의 질이 시가의 품질을 좌우한다. 특히 필러에 들어가는 담뱃잎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나무의 어느 부분에서 난 잎을 어떤 비율로 배합했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여기에 샘플용인 미니 사이즈부터 가장 큰 매그넘 사이즈까지, 지름(8∼25mm)과 길이(70∼250mm)에 따른 분류만도 950여 종에 이르는 등 그 다양함만으로도 와인이나 치즈에 견줄 만한 황갈색 ‘물건’이다.

●남성의 전유물?

몇 해 전 개봉된 할리우드영화 ‘지 아이 제인’에서 시가가 노골적으로 성적 코드로 묘사된 부분을 상기시키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남자가 성희롱을 떠나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몇 안 될 걸요.”

15세기 신대륙을 찾아 나섰던 콜럼버스가 유럽에 소개한 시가. 워낙 소량이라 상류사회에서만 유통됐고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왜곡된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사실 시가의 원산지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가를 즐긴다. 또 구릿빛 피부의 젊은 아낙네들이 둘러 앉아 허벅지 위에 담배를 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녀는 “그것은 관광객을 위한 연출이었거나 정식 판매용이 아닌 가내 수공업 제품이었을 것”이라며 “담뱃잎간의 밀도와 균질성이 품질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최고급 시가는 대부분 테이블 위에서 정교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시가는…▼

△보관시 온도(15∼18도)와 습도(70%)를 유지한다.

△시가 본래의 향을 살리려면 성냥이나 휘발유 라이터는 피한다.

△불은 앞쪽 단면에 골고루 퍼지도록 시가를 돌리면서 붙인다.

△연기는 들이마시지 않고 입과 코로 향을 맡는다.

△3분의 2 이상은 피지 않는다. 필터가 없어 독하고 맛이 없어진다.

△비벼 끄면 독한 냄새와 연기가 생기므로 자연 연소되도록 둔다.

▼국내전문점▼

▽다반&바=인터컨테넨탈 호텔내 쿠바 시가 전문점. 대형 휴미도가 있어 시가를 맡겨 둘 수도 있다. 시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코냑을 즐길 수 있다. 02-559-7605

▽시가 숍=해밀톤호텔 쇼핑상가 2층. 94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찾아오는 마니아가 많다. 온두라스,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시가를 구할 수 있다. 02-793-5666

▽웨스틴 아칸타=웨스틴 조선호텔 1층. 도미니카 시가 등 30여개 브랜드 250여종의 시가를 구비하고 있다. 시가 관련 액세서리도 500여종이 있다. 02-317-0432

▽다비도프=신라호텔 1층. 다비도프, 지노 등의 모든 종류를 구비하고 있다. 50여개 브랜드에 250여종의 시가가 있다. 02-2230-3760

▽라운지 시가 숍=부산 메리어트호텔 로비. 코히바, 다비도프 등과 미니 시가 등 20여종이 구비되어 있다. 051-743-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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