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함철훈/핵심 비켜간 플루토늄 논쟁

  • 입력 2003년 9월 2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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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위도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 논란을 둘러싼 지난달의 TV 방송토론 내용을 거론한 9월 6일자 ‘과학세상-플루토늄, 오해와 진실’이라는 이필렬 교수의 글을 보고 이 교수가 플루토늄에 관한 진실을 오해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됐다.

그 방송토론에서 어떤 핵전문가가 플루토늄은 먹어도 괜찮다는 뜻의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였다.

이 교수는 미국원자력전문기관의 연구보고서 등을 종합해 보면 플루토늄은 유독한 물질이라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핵전문가’라는 사람이 방송에서 플루토늄을 먹어도 괜찮다고 발언하는 것은 문제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러나 플루토늄의 독성 유무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이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 자체로서 독성을 가진 물질은 플루토늄 이외에도 부지기수일 뿐 아니라, 설령 독성이 없는 물질이라도 일정한 한도를 초과할 때에는 위험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자신의 글에 소개한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의 플루토늄에 관한 독성보고서는 1995년 4월 발간된 ‘플루토늄의 위험성에 관한 검토’ 보고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의 작성 목적은 테러집단이 플루토늄을 대도시의 식수원에 주입하거나 공중에 살포했을 때 그 투입량에 따라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과 관련해 이 보고서를 인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플루토늄을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도된 위험’을 야기하는 것으로, ‘의도되지 않은 위험’ 즉 플루토늄의 기술적 안전성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9·11테러 때 알 카에다 휘하의 테러집단이 항공기로 무역센터를 공격했다. 그런 위험이 상존한다고 해서 전 세계 모든 비행기의 운항을 영구적으로 금지하고 나아가 생산된 모든 항공기를 폐기하거나 항공기 생산을 중단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플루토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플루토늄은 사용 후 핵연료에 포함돼 있어 재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분리될 수 있는 데다 사용 후 핵연료는 물리적 방호의 측면에서 철저히 관리되기 때문에 이를 비타민 정제처럼 먹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은 원자력의 기본상식에 속한다.

TV 토론에서 어떤 핵전문가가 플루토늄을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면 그 진의는 아마도 극소량의 플루토늄은 배설 등을 고려할 때 인체에 섭취돼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로 말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구소련이 지구에서 행한 핵실험으로 약 5∼6t 정도의 플루토늄이 대기권에 방출됐다고 한다. 이 교수의 주장대로 플루토늄 100만분의 1g도 위험하다면 핵실험의 결과로 인류가 모두 이미 암에 걸려 전멸됐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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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9월 6일자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의 ‘과학세상-플루토늄, 오해와 진실’에 대한 반론입니다.

함철훈 가톨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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