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박영철/차세대 성장산업 키우려면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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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산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주력 기간산업, 미래 유망 및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군의 60개 성장 품목을 선정하여 사업화하는 산업 발전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모든 부문이 유망한 산업인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정작 미래 산업의 주역이 돼야 할 기업들은 성장산업의 사업화에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투자지원으로 대기업 참여 유도 ▼

사실 산업계의 미온적인 반응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내의 정치 사회적인 불안에 따라 투자환경이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마저 정책운영의 혼선을 일으키면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6개월 후의 일도 예상하기 어려운 이때에 어떻게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그것도 커다란 위험이 수반되는 투자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10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투자액의 85%를 차지하는 현실이다. 결국 차세대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려면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임금 근로자의 거의 90%를 차지하는 비노조 근로자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해 시장중심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임금수준, 고용조건, 고용구조는 근본적으로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유망·지식기반 산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산업의 폭넓은 구조개편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구조조정은 기술 및 일반직 인력이 산업과 기업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도록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되지 않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기업들이 차세대 산업투자에 필요한 장기자금을 쉽게 조달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의 정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회임 기간이 길고 그 수익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별 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패의 위험이 따르게 된다.

외환위기 전에는 재벌 및 대기업군은 주로 계열 기업들 간의 상호 출자, 상호 보증 및 자금 지원 등의 내부금융을 통해 신규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여 흡수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내부금융이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시장이 내부금융을 대체하여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위험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 추진해온 금융개혁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시장도 기업의 신규 장기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파생금융시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취약한 금융시스템으로는 미래 성장산업의 자생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로, 주력 기간산업을 포함하여 미래 유망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부분 수출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아울러 수출의 일차적인 목적지는 선진국 시장이어야 한다.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미래 유망산업 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차세대 산업국으로 부상하려면 선진국 시장에서 세계적인 일류기업과 겨루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경쟁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나 개도국 시장을 겨냥하여 수출을 하다 보면 기업은 현재의 기술이나 기존 제품에 안주하여 차세대 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할 우려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한국은 이류생산국으로 뒤질 것이다.

▼開途國보다 선진국시장 넓혀야 ▼

마지막으로 차세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기업과의 새로운 협조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협조체제는 과거의 산업정책으로의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첨단산업은 경제의 지식과 기술기반을 확대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모든 나라가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을 통해 육성하는 산업정책의 목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선진국들의 지원 방법과 범위를 파악하여 이들과 보조를 맞추어 나간다면 외국의 공격이나 보복을 피해가면서 미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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