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마릴린 먼로, My Story' 外

  • 입력 2003년 4월 11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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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서 밀러, 시몬 시뇨레, 이브 몽탕, 마릴린 먼로. 시몬 시뇨레와 이브 몽탕은 부부. 마릴린 먼로와 극작가 아서 밀러도 결혼한 적이 있다. 이브 몽탕은 1960년 영화 촬영 중 마릴린 먼로와 염문을 뿌려 구설수에 올랐다.사진제공 꿈엔들
왼쪽부터 아서 밀러, 시몬 시뇨레, 이브 몽탕, 마릴린 먼로. 시몬 시뇨레와 이브 몽탕은 부부. 마릴린 먼로와 극작가 아서 밀러도 결혼한 적이 있다. 이브 몽탕은 1960년 영화 촬영 중 마릴린 먼로와 염문을 뿌려 구설수에 올랐다.사진제공 꿈엔들
◇마릴린 먼로, My Story/마릴린 먼로 지음 이현정 옮김/240쪽 1만원 해냄

◇세기의 연인 이브 몽땅의 고백/이브 몽땅 지음 페트릭 로트망·에르브 아몽 펴냄/임자영 옮김/268페이지 9800원 꿈엔들

한 사람의 일생을 글로 옮긴다면, 특히 선망의 대상인 ‘스타’의 일생이라면 누구라도 그에 대한 편견이나 첫인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그 자신이다. 그 글이 비록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주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는 감추는 것이라고 해도, 실은 그 자체가 말하는 이의 가장 솔직한 표현이고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자서전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20세기를 사로잡은 ‘연인’ 두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마릴린 먼로(1926∼1962)가 요염한 자태로 뭇 남성의 시선을 옭아맬 동안 유럽에서는 이브 몽탕(1921∼1991)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녀로 꼽힐 만한 두 스타. 게다가 이들은 영화 ‘사랑합시다(Let's Make Love·1960)’에서 공연하며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최근 이들의 자서전이 나란히 나와 관심이 쏠린다. 스스로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인생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브 몽탕의 자서전은 그가 1988년부터 90년까지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를 로트망과 아몽이 재구성한 것. 프랑스에서 이브 몽탕은 ‘비판적 지식인’으로 통한다. 사실 이브 몽탕은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 공공연히 좌파임을 주장하면서도 구소련의 침략 전쟁을 맹렬히 비판해 왔고, 반전 반핵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성’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말년의 이브 몽탕에게 이런 사회활동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은 첫 부인 시몬 시뇨레와의 사랑이었다. 마릴린 먼로, 셜리 매클레인 등 수많은 여배우들과 스캔들이 있었지만, 그가 진정한 위안을 얻었던 사람은 시몬 시뇨레였다. 배우인 시몬 시뇨레는 이브 몽탕과 마릴린 먼로의 염문설이 나돌았을 때 “마릴린 먼로가 품에 안겨 있는데 무감각할 남자가 어디 그리 많겠어요?”라며 남편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가로막았다.

마릴린 먼로의 책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28세 때인 1954년까지의 이야기를 적어 사진 작가 밀턴 그린에게 넘겨준 원고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브 몽탕이 담담하게 일생을 회고했다면, 마릴린 먼로는 젊은 날의 격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의 ‘젊은 일생’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구로 점철됐다. 어린 시절 자신을 두고 정신병원으로 떠난 어머니, 아홉 살 때 겪은 이웃집 아저씨의 성추행, 공장 노동자와의 첫 결혼과 실패, 그리고 영화배우가 되기까지 주변을 맴돌던 유혹들….

젊은 나이에도 마릴린 먼로는 할리우드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에게 할리우드는 “키스 한번에는 1000달러를 지불하지만, 영혼은 50센트인 곳”이었다. 그는 “1000달러 짜리 제의를 자주 거절했기 때문에 50센트짜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가 되고 난 뒤에는 “나도 언젠가 유식해질 거야”라며 지식 콤플렉스를 드러냈다.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는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 생활 중간 부분에서 끝난다. 아서 밀러와의 결혼이나, 이브 몽탕과의 사랑은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어찌 보면 ‘미완성’인 셈. 하지만 누가 28세에 자서전을 쓸 생각을 할 것인가. 마치 8년 후 자신의 돌연한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또박또박 적어놓은 글에서 ‘세기의 연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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