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계 뉴스]오스카賞 ‘돈되는 시절’ 끝났나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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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녀 주연상을 각각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와 니콜 키드먼(왼쪽). 오스카 수상으로 이들이 누리게 될 경제적 이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녀 주연상을 각각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와 니콜 키드먼(왼쪽). 오스카 수상으로 이들이 누리게 될 경제적 이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탄 배우들의 ‘오스카 후광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까.

미국 경제지 월 스트리트 저널은 4일 ‘오스카 후광 효과’가 갈수록 짧아지는 바람에 애드리언 브로디, 니콜 키드먼, 크리스 쿠퍼, 캐서린 제타 존스처럼 올해 수상 배우들이 실제 얻을 상업적 이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스카의 경제적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는 온갖 시상식들이 넘쳐나고 점점 더 상업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출연자가 수상하는 경우가 늘기 때문. 1990년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30개 후보중 8개 부문 후보가 예술영화 관련자들이었으나 올해의 경우 예술영화 관련자들이 30개 부문 가운데 22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예컨대 99년 힐러리 스왱크가 독립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여우주연상을 탔지만 어느 영화 프로듀서도 그가 관객 동원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려던 그의 연극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그가 주연한 최근작 ‘더 코어’는 참패와 혹평을 면치 못했다.

또 이탈리아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는 98년에 ‘인생은 아름다워’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지난해 그가 주연한 영화 ‘피노키오’는 미국에서 370만 달러를 버는 데에 그쳤다. 쿠바 구딩 주니어는 96년에 ‘제리 맥과이어’로 남우조연상을 타고서도 여전히 조연이나 C급 배우로나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십개의 매체가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고 시상식 당일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처럼 스타들의 패션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는 경향도 후보들과 수상자를 빨리 잊혀지게 만드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남우주연상을 탄 애드리언 브로디는 진퇴양난에 놓여있다. 반짝 배우에 그치지 않으려면 블록버스터 코미디나 액션 영화의 주연을 해야 하나 할리우드는 그런 역할에 브로디보다 이미 관객 동원력이 입증된 스타를 쓰고 싶어한다는 것.

니콜 키드먼이나 캐서린 제타 존스는 상을 타기 전부터 스타였으나 이혼과 결혼으로 더 유명해진 배우인데다 이들이 상을 탔다고 해서 단독 주연으로 흥행을 가능하게 할 만큼 능력있는 배우는 아니라는 게 할리우드의 분석이다.

예외는 ‘어댑테이션’으로 남우조연상을 탄 크리스 쿠퍼. 최근 3주간 45개의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왔으나 본인이 독립영화 출연을 선호하기 때문에 오스카의 경제적 후광 효과를 제 발로 걷어차고 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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