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펀드 가입자피해 줄이려면]SK글로벌 편입여부 확인을

  • 입력 2003년 3월 1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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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펀드투자자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우선 펀드운용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SK글로벌 관련 채권을 편입했다면 당분간 환매를 통해 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앞으로 언제 얼마만큼을 되돌려 받을지는 향후 SK글로벌 처리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사태의 전개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는 고객의 돈을 모아 주로 국공채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고객에게 나눠준다.

그러나 투자한 채권 등을 발행한 회사에 문제가 생겨 채권 원리금을 못 받을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채권 매매의 3대 위험 가운데 하나인 ‘신용 위험’이 커진 때이다.

위험이 커지면 당연히 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진다. SK글로벌의 경우 기업의 존폐가 문제되면서 11일 회사채 등의 값이 크게 떨어졌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만기 3년짜리 SK글로벌 회사채의 수익률은 3일 5.32%였으나 11일 6%로 급등했다.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채권 값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채권 값은 채권평가회사들이 매일 장이 열리는 동안 시장에서 형성된 호가 등을 고려해 장이 마감된 후 계산해 발표한다.

그러나 SK글로벌의 거취가 채권단의 손에 넘겨지면서 채권의 값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 사자는 사람이 없어 거래도 끊어졌다.

이에 따라 SK글로벌 채권을 가지고 있는 펀드들도 환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얼마를 돌려줘야 할지가 불분명해졌다.

12일 투신사들이 SK글로벌 채권과 기업어음 부분에 대해 환매를 유보하기로 한 것은 이런 경우를 규정한 표준약관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우선 채권형 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SK글로벌 채권등이 편입돼 있는지, 있다면 어떤 종목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와 관련, JP모건은 한국 투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SK글로벌의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규모가 총 1조2556억원이라고 밝혔다. K투신운용은 CP 500억원, 교환사채(EB) 192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H투신운용은 1753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판매사가 문제의 채권 외의 펀드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환매해 주는 일부환매를 할 것으로 보인다.

권경업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돈이 필요하거나 불안한 투자자는 나머지 부분이라도 환매받은 뒤 SK글로벌 부분은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환매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차후에라도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신용위험이나 유동성위험이 없는 좋은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SK㈜최대 타격…텔레콤은 피해적어 ▼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은 다른 SK 계열사들까지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SK글로벌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와 SKC가 11, 12일 연속 하한가의 직격탄을 맞았고 지분이 없는 SK텔레콤의 목표주가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계열사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회사별로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회사는 SK㈜. 11일 공시를 통해 작년 순이익을 당초 5944억원에서 2968억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SK글로벌의 지분에 대한 손실 반영이 주된 이유. 작년 9월말 현재 SK글로벌 지분 38.68%(장부가 6401억원)를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3000억원을 손실로 떨어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SK글로벌에 외상으로 석유를 준 매출채권이 약 1조1402억원에 이른다는 것.

동원증권 이정헌 애널리스트는 “줄 돈과 상계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약 1조원의 추가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제까지 SK글로벌에 맡겨온 주유소 운영을 직접 맡으면 연간 약 500억원의 영업이익(2003년 기준 약 10% 추정)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SK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주가 급락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비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신영증권 황상연 애널리스트는 “SK㈜는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며 “향후 3∼6개월 이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의 급락은 심리적 영향이 크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는 전날 12% 이상 급락에서 12일에는 0.35% 떨어진 14만2500원으로 마감됐다.

교보증권은 “SK텔레콤은 그룹 계열사에 대해 지급보증이나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미수금도 거의 없다”면서도 “우발채무가 생길 수 있고 투자심리가 악화해 투자의견을 낮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증권 조점호 애널리스트는 “SKT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급락했지만 펀더멘털에 부정적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또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SKT주식 2.72%를 사들이겠다고 밝히고 있어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SKC나 SK케미칼도 SK글로벌에 대한 투자지분을 제외하고는 지급보증 등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거의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SK글로벌의 회생에 계열사가 동원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SK그룹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SK글로벌 지분 보유 현황 (단위:%,억원)
구분지분(보통주 기준)장부가액
SK38.686401
SKC3.29241
SK케미칼3.55336
SK건설3.55440
SK텔레콤--
2002년 9월말 기준. 자료:신영증권, 동원증권

SK글로벌의 분식으로 계열사 순이익 감소 (단위:%,억원)
구분분식회계 반영 전분식회계 반영
SK㈜5,9442,968
SKC447217
자료:각회사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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