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소년에서 청년으로 ‘돌아온 歌人’ 조성모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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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歌人)을 복귀 컨셉트로 내세운 가수 조성모
가인(歌人)을 복귀 컨셉트로 내세운 가수 조성모
조성모(26)가 돌아온다.

그는 11일 ‘피아노’를 타이틀곡으로 한 5집 ‘가인(歌人)’을 발표한다. ‘가인’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뜻. 가수인 그가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게 의아하다.

“무척 노래하고 싶었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그의 얼굴 표정으로 봐서 그동안 노래 못할 상황이라도 있음직했다. 이 음반은 조성모가 그를 스타덤에 올린 음반 기획자 김광수씨의 울타리를 벗어난 첫 작품이다. 김씨와 결별하면서 여러 잡음에 시달렸던 것이나 이후 음악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그에게는 ‘노래못할 상황’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공백기에 내 나이를 찾았다”고 말했다.

“98년 데뷔하자마자 곧장 정상에 올랐을 때, 한 선배가 연예인으로서 네 나이는 스물한살로 끝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그렇게만 기억한다며. 그렇지만 그 나이때 냈던 목소리와 표정은 지금 낯간지러울 것 같다.”

새음반에 가득 담긴 보컬의 변화는 스물 여섯 나이를 대변하고 있다. 그의 보컬은 이전처럼 수줍어하지 않는다. 그가 “청년같아졌다”고 표현한 것처럼 중저음이 풍부하고 샤우팅(Shouting)도 시원스럽다.

무엇보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나에 대한 표현 욕구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전 기획사의 울타리내에서 만화주인공처럼 그려지는 대로 자신을 맡겼으나 이제는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새음반에 담긴 14곡은 각각 그 욕구의 표현이다.

―음반이 지난해 9월에 나오려다 연기됐는데.

“두번째 트랙 ‘내 것이라면’을 타이틀곡으로 하려 했으나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뮤직비디오도 곽경택감독이 찍는 등 심혈을 기울였지만. 망설이다가 1월 ‘피아노’를 우연히 ‘발굴’했다.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졌다. 이처럼 욕심을 내는 바람에 음반 제작비가 3억원쯤 된다.”

―음반 제작비로는 너무 많다.

“한곡이라도 타이틀곡에 못미친다면 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더구나 타이틀곡의 기준을 열 사람이 들으면 열사람 모두 좋아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했다. 욕심인가….”

타이틀곡 ‘피아노’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성기를 집약해놓은 노래다. 고음 대목에서 시원스럽게 터지는 대목은 로커의 분위기도 풍긴다. 그는 공백기 내내 보컬을 가다듬었다. 선배 가수들이 ‘교사’가 됐지만 길만 열어줄 뿐, 그 길을 가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원하는 음색이 나오지 않아 술먹고 헤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택시를 타고가다 갑자기 내려 울기도 했다.

―톱스타의 새음반에 대한 기대만큼 부담스러울 것이다.

“솔직히 김광수씨와 결별하면서 홀로서기의 부담이 엄청났다. 새 음반을 내면서는 ‘밀리언 셀러 가수’(조성모는 1∼3집이 모두 100만장이 넘었다)라는 부담도 그 이상이었고. 그러나 한점의 후회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팬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될 것으로 믿는다.”

―음반 프로듀서 김형석씨와 작업한 것은 처음이다. 김형석씨도 발라드계에서 10년 이상 정상을 누린 프로듀서인데.

“어려웠다. ‘코드’를 서로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다른 작곡가들도 곡을 의뢰하면 쉽지 않다고 한다. 아마 빅히트 전력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발라드 가수로 남을 것인가.

“아니다. 록이나 메탈을 할 수도 있다. 지금 발라드를 하는 것은 살면서 갖게되는 감동이 발라드에 맞기 때문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자주 슬퍼하는 편이다.”

―쉬는 동안 여자 친구도 만났겠다.

“사귀는 친구는 없다. 그러나 26세의 청년으로 사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가요계의 초점은 조성모 5집의 밀리언 셀러의 가능성. 그러나 가요계의 골깊은 불황으로 인해 밀리언 시대의 종언이 점쳐지는데다 4집은 100만장에 턱걸이했다. 조성모는 “시장의 추이는 잘 모르겠지만 밀리언 셀러는 팬들이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테니스의 이형택, 골프의 최경주, 영화의 박중훈씨 등 각계에서 미국으로 진출한 이들이 있는데 가수만 없다. 그래미 시상식에 꼭 한번 서고 싶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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