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연의 젊게 삽시다]노란 파카 입은 '중년 사나이'

  • 입력 2003년 2월 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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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어라. 노란 풍선

혼전 드라마로 펼쳐졌던 지난 대선. 이번 대선을 평가하는 여러 목소리 중 하나가 세대 교체였다. 종래 대선을 비롯한 국가적 대행사에서 가장 굵직한 목소리를 낸 건 50대 전후의 중년 세대였던 반면 이번 대선을 가장 큰 목소리로 주도했던 것은 노란 풍선의 2030세대였다.

붉은 색의 ‘Be the Reds,’ 노사모의 노란 풍선, 광화문의 검은 밤을 물들이던 촛불시위 등은 필자를 비롯한 중년 세대에 남다른 충격과 허탈함을 주었다.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바통을 2030세대에게 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대선 이후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다, 주류에서 밀려난 것 같다는 느낌을 토로하는 50, 60대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하니 예사로 넘길 문제는 아닐 듯 하다.

이쯤해서 필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 50대 남성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싶다. 그의 공식 의상은 깔끔한 정장에 푸른 빛 도는 셔츠. 그의 일상 중 절반은 편안한 운동복 차림이다. 선글라스로 얼굴을 반쯤 가리는 그의 패션 감각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과감하다. 스타디움에 모인 관중에게 강렬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내는 그의 이름은 거스 히딩크. 1946년 생인 그는 우리 나이로 따지자면 59세. 우리식으로라면 곧 환갑 상을 받아야 할 나이다. 하지만 애인과의 사랑을 당당히 드러내고 훈련이 없을 때면 때론 여유롭게 골프를, 때론 격렬하게 스쿼시를 즐기는 모습은 그의 건강함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경기를 마치고 평소에 즐기던 와인과 함께 재즈 선율에 몸을 맡겨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은 그를 나이보다 젊어 보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나이에 비해 젊게 살 수 있는 것은 돈 많고 사회적인 위치가 안정적인 일부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히딩크식 건강법을 두고 돈과 지위를 따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나이에 맞는 규칙적인 운동,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식탁, 금연, 절주, 적절한 성생활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스스로 ‘나는 아직 젊다’고 믿는 심리적 자신감이다.

더 이상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오래 전부터 스트레스가 노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미국 스탠퍼드대의 사폴스키 박사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주는 위급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과다하게 분비되면 신체에 질병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세포들이 노화로 죽어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동물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도태되어가는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고, 결국 노화도 더 빨리 진행된다.

노란 풍선을 흔들어대던 2030세대에게 뒤졌다고도, 내 자리를 뺏겼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젊은 세대가 할 일과 중년 세대가 짊어져야 할 의무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2030세대로부터 더 이상 자신을 왕따시키지 말라.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참여하는 적극성을 길러보자. 주저앉지 말고 오히려 주책이라고 숨겼던 손을 번쩍 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봄이 어떨까?

대통령당선자의 성을 따서 노사모, 노란 풍선 등이 홍보 수단으로 떠올랐었다. 색깔 심리테스트를 보면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액티브하고, 좋고 나쁨이 분명한 편이다. 또, 노란색은 피로를 풀어주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며,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남부끄럽다고 생각말고 겨울이 가기 전에 노란색 파카를 하나쯤 장만해 주말 거리를 걸어보자. 비록 널찍한 슬로프를 갖춘 스키장은 아닐지라도 노란색 파카 속 당신의 모습은 멋진 활강을 그리며 내려오는 2030들보다 더 튀어 보일 것이다.

다음은 남들보다 일찍 늙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자신이 젊다고 생각한다. △삶의 목표가 뚜렷하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한다. △생각이 늘 활기차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성적으로 능동적이다.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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