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이야기]혹한엔 車도 떤다

  • 입력 2003년 1월 2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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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 다시 한파가 시작된다고 한다.

부산 경남지역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극심한 추위로 자동차가 이상증상을 보이는 것을 경험하기 힘들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스웨덴 캐나다 러시아 등 영하 30∼50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따뜻한 남쪽 나라’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현상이 차에 발생한다.

먼저 차에 타려고 해도 문의 걸쇠가 오그라들거나 비틀어져 문이 열리지 않고 열리더라도 닫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차에 올랐다면 다음으로 시동을 거는 문제로 씨름을 해야 한다. 추운지역에서 파는 휘발유와 경유에는 시동이 잘 걸리도록 하는 첨가물이 포함돼 있지만 혹한을 대비해 만든 차가 아니면 종종 출발자체가 좌절되기도 한다.

시동을 걸었다고 차를 출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속페달 케이블과 공기흡입밸브가 얼어붙어 가속페달이 밟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밟기는 했으나 제자리로 복원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겨우 차를 출발시켜 도로로 나갔더라도 운전자는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더욱 불안해진다.

차는 영하 30도 이하의 바람을 맞으며 계속 주행하면 히터의 기능이 크게 약화돼 아무리 온도를 높여도 찬바람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다 냉기에 노출된 각종 전기접촉 부분이 추위로 수축되면서 전기가 통하지 않아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전조등이 나가기도 한다.

장애물이 나타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쉽게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력이 크게 떨어져 있고, 때에 따라 공기흡입밸브가 열린 채로 얼어버려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계속 가속하는 상태처럼 되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혹한지역에 수출하는 차에는 추위에 잘 견디는 부품을 많이 넣고 시동성도 좋게 만들지만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운전자의 경험이 없다면 이런 곳에서 차를 몰고다니는 것은 목숨을 건 행위나 다를 바 없다.

인적이 끊긴 도로에서 차가 멈춰버린다면 영하 40도에서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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