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승표의 스포츠의학]ET를 닮아가는 후손들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45분


첨단 과학은 스포츠부상 치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아기의 세포를 조직 은행에 보관 한다. 자동으로 출생 신고가 되는 것이다. 이 아이가 커서 스키를 타다가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고 말았다. 실려온 아들을 보고도 엄마는 별로 놀라지 않고 “좀 조심하지 그랬니?” 하고는 의사와 예약을 한다. 의사는 조직 은행에 전화를 걸어 환자의 등록 번호를 알려주고, “오른쪽 전방십자인대 한 개만 만들어 주세요. 지난번처럼 반대쪽으로 해오시면 안 돼요.”라고 이야기 한다. 은행은 보관해 놓았던 환자의 조직을 배양(Tissue Engineering)해 인대를 만들어 의사에게 보내준다.

수술 전 환자는 주사를 한 대 맞는다. 주사액에는 성장인자가 포함 된 DNA가 들어있어서 이식한 인대가 빨리 붙도록 도와준다(Gene Therapy). 의사는 커피잔을 들고 수술실 대신 조종실로 들어간다. 환자 앞에는 로봇이 서 있다. 일단 로봇이 환자의 무릎을 훑어 필요한 정보를 조종실로 전송한다. 의사는 잠깐 커피잔을 놓고 필요한 명령을 입력한다. 엔터 키를 누른 의사는 다시 커피를 마시며 로봇이 수술하는 장면을 지켜본다.

수술 후 환자는 걸어서 집으로 간다. 이식한 인대는 유전자 치료 덕분에 수일 만에 다치기 전과 똑같이 붙고, 다음 주말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스키를 탄다.

과장하긴 했지만 이미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정형외과 의사 닥터 푸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Robot is only as precise as the human program it.(로봇은 인간이 입력해주는 만큼만 정확하다)”

필자의 예상은 이렇다. 인간이 병의 치료와 심지어는 건강 증진 분야까지, 점점 더 과학에만 의존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일이 줄어든다면, 덜 쓰는 근육은 퇴화되는 반면 더 굴리는 뇌의 용량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대를 이으면서 유전자의 변형을 일으켜, 결국 후 세대는 영화 속의 ET의 모습을 닮아갈 것이다.

“머리만 너무 굴리면 머리 커집니다. 운동 열심히 합시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원장 http://kosm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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