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학책고르기 열고개⑩]´달팽이 과학동화´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5시 20분


◇달팽이 과학동화(전 40권)/심조원 윤구병 등 글 박경진 등 그림/각권 28쪽 각권 6500원 보리

‘왜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과학 그림책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책들을 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과학 그림책이면서도 글과 그림이 뛰어난 작품이다. 편안하게 읽히는 글은 많지만 글에서 단맛이 나고 혀에 착착 감기는 글은 드물다. 이 책에서 필자는 글의 달콤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우리 겨레가 옛날부터 써온 입말을 최대한 살려 깨끗한 맛을 내고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화가 23명의 손끝에서 나온 부드럽고도 재미있는 그림은 책마다 기법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지만 40권 전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학 그림책이지만 과학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야기책을 읽듯이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 된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꼭 알아야 할 자연의 모습과 과학 지식을 얻게 된다. 제2권 ‘아하 보리였구나’를 소개한다.

엄마무당벌레가 알을 낳았다. 예쁜 애벌레들이 깨어나겠지 하며 아빠무당벌레가 좋아했다. 다음 날 엄마무당벌레가 알들을 살펴보는데 커다란 알이 있었다. 엄마무당벌레는 밤새 알이 자랐나 하고 꼭 껴안아 주었다. 이윽고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났다. 아빠무당벌레와 엄마부당벌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커다란 알에서는 애벌레가 깨어나지 않았다. 대신 하얗고 작은 싹만 나왔다. 아빠무당벌레는 우리 알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엄마무당벌레는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커다란 알에서는 뿌리와 떡잎이 자라났다. 애벌레들은 껍질을 벗었다. 날씨가 점점 서늘해졌다. 애벌레들은 모두 번데기가 되었다. 엄마무당벌레는 커다란 알을 나뭇잎으로 덮어 주었다. 흰눈이 내렸다. 커다란 알에서 푸른 잎이 돋았다. 무당벌레들은 잠을 잤다. 봄이 왔다. 커다란 알이 있었던 자리에 못 보던 풀이 자라고 있었다. 엄마무당벌레와 아빠무당벌레는 그것이 보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삭이 나오고 꽃도 피었다. 보리가 누렇게 익었다. 이삭이 영글었다. 보리가 알을 낳았어요. 아기무당벌레가 소리쳤다. 그렇지 열매가 알이지 하며 모두 기뻐했다.

보리가 알을 낳았어요. 이 얼마나 기가 막힌 표현인가!

여기서 엄마무당벌레의 자연 사랑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 한 톨의 씨앗에서 열매가 열릴 때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열매가 알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책마다 끝에 ‘엄마 아빠와 함께 보세요’가 있어 책의 주제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제 우리나라엔 훌륭한 과학 그림책이 있다.

이억주 월간 과학소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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