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태극전사]<1>타고난 스트라이커 황선홍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06분


《“우리가 간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1일로 딱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축구대표팀 23명의 월드컵 엔트리가 30일 확정된 가운데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의 국민적 염원을 어깨에 걸머진 ‘태극전사’들은 앞으로 한달 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로 마무리 담금질에 들어간다. 월드컵 개최국 대표선수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무장, 16강 고지를 향해 달려갈 23인 전사들의 면면을 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보다 높이 날아라.”

‘황새’ 황선홍(34·일본 가시와 레이솔). 축구선수론 ‘황혼기’에 접어든 그의 발에 한국축구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월드컵에 나서는 한국축구대표팀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말하는 ‘킬러’로서는 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지난 1년반 동안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공격라인의 조직력을 갖춰 놓았지만 골 결정력에선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바로 골을 잡아내는 킬러의 문제였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고심 끝에 황선홍을 통해 ‘16강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왜 황선홍인가?〓황선홍을 직접 지도했던 정종덕 전 건국대 감독(현 SBS 해설위원)과 이회택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스트라이커는 타고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점에서 황선홍은 국내 최고의 타고난 골잡이라는 평가. 1m83, 79㎏의 탄탄한 체격. 그리고 땅볼 공중볼 가리지 않고 골문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신이 내려줬다’는 것. 이는 지금까지 95번의 A매치(국가대표간 경기)에서 49골을 잡아내 국내 1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고를 자랑하는 데서도 증명됐다. 설기현과 최용수 등 다른 스트라이커들도 있지만 천부적인 소질과 그동안의 경력에서 황선홍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게 중론. 무엇보다 골문 앞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보여주는 침착성은 ‘비정한 승부사’로 불릴 만큼 냉정하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스트라이커의 역할은 골을 넣는 것은 물론 동료에게 어시스트를 하고 동료에게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가지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팀에선 이 역할을 황선홍만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는가?〓물론 약점도 있다. 황선홍이 전성기를 넘겼다는 것. 테크닉과 경기운영, 시야는 경험을 통해 더욱 좋아졌다고 하지만 ‘세월의 무게’에 체력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동안 계속 부상에 시달린 것도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 또 98년 부상 악몽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몸싸움을 피하고 과감한 공격을 못한다는 약점도 있다. 역대 스트라이커 계보로 볼 때 이회택 감독에 비해 스피드가 달리고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에 비해선 폭넓은 시야가 부족하다는 평.

▽해결책은 뭔가?〓현재 황선홍을 능가하는 킬러가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전문가들은 히딩크 감독이 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16강 여부가 결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종덕 감독은 “황선홍이 80% 이상 공격에 전념하게 하고 20%만 수비에 치중하도록 해야 한다. 체력이 좋은 미드필더가 그를 보좌해 수비 가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신문선 위원은 “지난달 유럽 전지훈련중 핀란드전 땐 후반전에 교체투입됐는데 아주 선전했고 터키전 때는 전반부터 나왔는데 부진했다”며 “결국 황선홍을 후반에 조커로 쓰는 방법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이회택 감독은 “황선홍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텨왔기 때문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월드컵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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