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경찰서장의 108배 참회

  • 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15분


서울 종로경찰서장 김운선 총경(53)이 최근 정보 경비과장 등 참모들을 대동하고 느닷없이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나타났다.

그가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웅전에서는 마침 ‘조계사 대웅전 공권력 난입규탄 범종교청년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10일 경찰이 발전노조원 검거를 위해 조계사 대웅전에 ‘진입’한 것을 규탄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10여개 불교단체는 현장지휘 책임자였던 김 서장의 파면을 요구한 상태였다.

“도대체 뭐하러 왔나.” “무슨 얘기를 할까.”

대웅전은 긴장과 의혹으로 술렁거렸다.

김 서장은 400여명의 대중 앞에서 참회문을 공개 낭독하고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연기영 교수에게 자신의 친필 서명이 적힌 참회문을 전달했다.

이어 김 서장 일행은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향해 108배를 시작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참회해야 진정한 화해가 된다는 불교식 참회법을 따른 것이었다. 일배, 이배, 삼배…. 30여분에 걸쳐 108배를 마친 서장 일행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108배의 ‘효험’덕에 분위기는 크게 누그러졌다. 부처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나갔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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