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날선 자존심 은빛으로 반짝 도마위의 명품 주방용 칼

  • 입력 2002년 2월 28일 14시 22분


《‘여체를 연상시키는 굴곡 있는 손잡이가 손에 안기듯 꼭 잡힌다…’ ‘영원히 지속되는 매력과 우아함…’ ‘아름다운 것은 즐거움을 낳는다…’ 비린내 나는 생선을 다듬고 눈이 매운 마늘을 다지는 쓰임새를 생각하면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헌사(獻辭)다. 모두 필수 주방용품인 칼을 팔기 위한 광고 문구들이다. 국과 나물 위주인 한식에서는 음식 재료를 다듬는 식칼과 과도 뿐으로 ‘칼 사치’랄 게 없다. 그러나 식생활이 날로 서구화됨에 따라 고기칼 따로, 치즈칼 따로, 빵칼 따로 식으로 칼 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다. 싱크대 서랍 속에 감춰져 있던 칼들은 양지로 나와 우드 블록에 자기 집을 마련하고 주방의 품격을 더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했다.》

칼 명품족들을 겨냥해 유명 주방칼 제조업체들은 일반적인 조리용 칼 한 자루에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명품 브랜드를 내놓았다.

국내 주방용품 시장에 나와 있는 명품으로는 독일제인 쌍둥이(츠빌링·Zwilling)칼 명품라인 ‘트윈 컬렉션(Twin Collection)’ 드라이작(Dreizack)의 ‘쿨리나(Culinar)’ 베엠에프(WMF)의 ‘그랜드 구르메(Grand Gourmet)’ 보커(Boker)의 세라믹과 티타늄칼, 일본의 ‘기야(木屋)’, 미국 ‘컷코(Cutco)’ 등.

일반 칼과 명품의 차이는 절삭력(切削力)과 손잡이 부분의 디자인이다. 칼이 잘 들고 쉽게 무디어지지 않아야 한다. 전통적인 무쇠칼은 절삭력은 좋은 반면 녹이 슬어 비위생적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거꾸로 절삭력이 떨어진다. 명품들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고탄소강을 적절히 배합해 철의 분자배열이 찰져 단단하고 날이 잘 서며 쉽게 무디어지지 않는다. 두 재료의 배합 비율은 칼의 품질을 결정짓기 때문에 제조회사의 일급 비밀이다. 또 손에 착 안겨 오래 써도 피곤하지 않도록 인체공학적 기술을 활용해 손잡이를 설계한 것일수록 명품이다.

독일산 명품들의 유행은 ‘올 메탈(all metal)’ 스타일로 손잡이 부분까지 광택을 죽인 철 소재로 처리해 칼날과 손잡이 부분이 모두 은빛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다. 기능적인 배려라기보다 일반 라인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과 일본제 칼을 포함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쌍둥이칼이다. 롯데백화점 주방용품 코너에서 팔리는 칼 10자루 중 8자루 이상이 쌍둥이칼이다.

독일 헨켈사가 제작하는 쌍둥이칼은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트윈 구르메(Twin Gourmet)- 프로페셔널 “S”(Professional “S”)-포 스타(Four Star)-파이브 스타(Five Star)-트윈 컬렉션 등 라인이 다양하다. 중국 일본 스페인 등에서 생산하는 헨켈 인터내셔널은 중저가 브랜드로 쌍둥이 로고 대신 한 사람이 창을 든 모습의 로고를 써서 ‘외둥이(One Man)’ 브랜드로도 불린다.

헨켈사는 지난달 중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가정용품 전문 박람회 프랑크푸르트 페어에서 “10년 내에 칼의 ‘루이뷔통’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명품 라인인 트윈 컬렉션보다 한 수 위인 ‘트윈 실렉트(Twin Select)’를 선보였다. 국내에는 4, 5월경 출시될 예정(www.ssangdungi.co.kr).

국내에는 압력밥솥 등 주방용품으로 더 잘 알려진 베엠에프의 칼은 독일에서는 쌍둥이칼보다 인지도가 더 높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페어에서 선보인 명품 라인은 올 메탈 스타일의 그랜드 구르메로 국내 시장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드라이작도 실버포인트-구르메-그랑프리-클래식에 이어 2000년 올 메탈로 된 쿨리나를 출시해 판매중이다.

이 밖에 독일 보커사의 세라믹칼과 티타늄칼이 요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인사동 거리에 있는 ‘나이프 갤러리(www.knifegallery.co.kr, 02-735-4431)’에서 살 수 있다.

독일제 칼이 일반 가정의 주방을 점령한 가운데 최근 서울 강남의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칼이 미국제 컷코다. 방문 판매만 하며 가격은 달러로 표시돼 있어 환율에 따라 차이가 있다.(www.cutco.co.kr, 080-900-4865)

기야 등 일제칼은 날을 세우기가 쉬워 주로 요리 전문가들이 많이 찾는다. 제작자의 이름이 들어간 기야 칼은 일반 부엌칼 크기가 20만원선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칼의 종류와 관리법

재료와 요리법에 맞는 칼을 선택하면 요리하기도 쉽고 칼에도 무리가 가지 않아 오래 쓸 수 있다.

일반적인 부엌칼은 칼끝의 모양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칼등이 곡선으로 처리돼 칼끝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칼(Low Tip)은 부드럽고 똑바로 잘라져 채썰기 등 동양 요리에 적당하다. 아시아형 부엌칼이 대개 이 모양이다. 칼등과 칼날이 곡선을 이루고 있어 칼끝에서 만나는 칼(Centre Tip)은 힘 들이지 않고 자르기에 좋다. 회칼로 많이 사용된다. 칼등이 곧게 뻗어있고 칼날이 둥글게 처리돼 칼끝이 위로 올라간 칼(High Tip)은 도마에서 롤링하면서 뼈를 발라내거나 할 때 사용된다. 보닝 나이프나 스테이크 나이프 등이 이 형태를 띤다. 칼은 날이 날카롭게 잘 섰을 때가 더 안전하고 힘도 덜 든다. 칼날이 무디면 사용할 때 필요 이상의 힘을 주게 돼 사고가 나기 쉽다. 또 원래 용도에서 벗어나 스크루 드라이버나 캔 오프너로 사용할 경우 칼날이 상할 수 있다.칼에는 나무 도마가 제일이다. 칼은 재료가 아니라 칼날에 닿는 도마 때문에 무디어지거나 이가 빠지거나 하기 때문이다. 나무 도마가 아니라면 플라스틱 항균도마가 좋다. 세라믹, 유리, 철제 도마는 칼날에 좋지 않다.

칼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이라도 녹이 슬 수 있다. 과일이나 야채를 썰 때는 바로바로 행주로 닦아준다. 또 사용 후 따뜻한 물로 깨끗이 닦아 물기를 제거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세라믹 칼이 아니라면 식기 세척기에 다른 조리 도구와 함께 넣는 것은 삼가야 한다.

(도움말:헨켈 수입사 ㈜에드워드 켈러 김승범 차장, 나이프 갤러리 김석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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