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중년여성과 내면의 멋

  • 입력 2002년 1월 3일 16시 58분


이〓‘아가씨’를 연상하면 신축성있는 스타킹, 다듬어지지 않은 지혜로움, 윤기있는 손톱 등의 이미지가 평면적으로 스쳐 지나갑니다. 반면 ‘중년여성’하면 경험이 농축된 눈 흰자위, 정제된 교양, 전문가를 넘어서는 정보력, 명품 등의 이미지가 일단 떠오르지만, 동시에 우유부단한 히프, 두터운 파운데이션, 지하철에서의 날렵한 자리잡기 등 이와 충돌하는 반대 이미지가 피카소의 그림처럼 총체적으로 떠오릅니다. 게슈탈트(Gestalt)적이랄까요?

(게슈탈트〓패턴 또는 형식이란 뜻의 독일 말. 심리학자 베르트하이머는 우리가 어떤 대상과 마주할 때 개별적으로 감각된 것들의 집합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전체적인 효과나 패턴을 경험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게슈탈트 이론’이라 한다.)

앙〓20여년 전까지는 미혼과 중년여성이 시각적으로 분간됐지만, 최근에는 갭(gap)이 줄어들면서 에이지(age)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은 미혼과 30대, 40대의 모습이 뚜렷하게 달라, 중년은 단정하고 품위있고 편안하며 20대처럼 보이려고 요란스러운 트렌드를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여름이면 어머니는 핫팬츠, 따님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동반해 다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정말 부자연스럽습니다. 연륜이 만들어낸 지성미와 교양미 그리고 내부에서 풍겨나오는 휴머니티(humanity)한, 인격적인 세계가 더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기억됩니다. 그렇죠?

이〓중년여성 중 일부는 ‘아줌마’로 불립니다. ‘부인’ 또는 ‘사모님’에 비해 사회적으로 비하되는 호칭이죠. ‘아줌마’스러운 외면적인 표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앙〓자기 딸이 대학생인데도 간혹 가슴을 깊게 파서 가슴 계곡이 3분의 1쯤 보이도록 의상을 입는 경우 전 진심으로 좋은 이메이지(이미지·image)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브닝드레스도 아닌데 말이죠.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가슴으로 인정 받으려 하나, 보기가 참 안됐죠. 유혹적인 건 영원한 아름다움이 아니예요. 그렇죠? ‘아줌마’란 단어는 유례가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에선 좋지 않은 뉘앙스가 있죠. 결혼하면 무조건 ‘아줌마’란 소리를 들어야 하나요? 노(no). 언젠가 교수님, 작가님들께서 회의를 하셔서 중년여성을 규정하는 멋진 용어를 만들어주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후세를 위한 캠페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마가렛 미첼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첫부분에 ‘스칼렛 오하라는 아름답지 않지만 대개의 남자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고 썼습니다. 이를 원용하자면, ‘중년여성은 아름답지만 대개의 남자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앙〓중년여성은 헤비(heavy)하지 않은 메이크업과, 진(jean)을 입어도 힙은 맞는 듯 하면서도 팬츠는 배기(baggy·헐렁한)하게 입은 모습이 참 멋스럽고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아무리 바디 피트(body fit)하게 입고 무대화장 같은 메이크업을 해도 얼굴을 보면 나이를 대충 알 수 있고 더 경박스러워 보이잖아요. 아름답지만 청순한 분위기, 자신의 아기에게 모범적인 분위기와 매너,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예의바르고, 공중도덕을 잊지 않는 자세에서 ‘아아, 품위있는 분이다’ 하는 생각이 들죠.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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