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루그먼 칼럼]美경제 발목잡는 지나친 낙관론

입력 2001-08-20 19:05수정 2009-09-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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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미리 예정된 정식회의보다 앞선 것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조치 덕분에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급속히 회복되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로 부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7개월 전에도 3년 전과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마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것은 이번의 경기침체 양상이 3년 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은 지금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게 아니다. 단순히 자신감을 회복시킨다 해서 경제가 회복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현재 경기침체를 주도하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감소다.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설비투자에 너무 많은 돈을 지출했고 이 때문에 과잉설비가 모두 소화될 때까지 추가지출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FRB는 이 문제에 손을 쓸 수 없다. 설비투자는 금리 변화에 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말했듯이 구멍 난 타이어에 바람을 넣을 때 반드시 구멍 난 곳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아무 분야에서나 수요가 증가한다면 미국 경제는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까. 우선 금리 변화에 대단히 민감한 주택 공급분야가 경제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97년에 비해 적자폭이 늘어난 미국의 무역수지가 반전된다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택 분야 및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들과 FRB의 정책은 이상하게 단절되어 있다. 주택수요는 원래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올해 초 이후 단기금리는 6.5%에서 3.75%로 낮아졌지만 10년 기한의 대출에 대한 금리는 오히려 약간 높아졌다. 게다가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달러의 가치 역시 원래는 통화정책의 고삐가 느슨해지면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상승했다.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 그리고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주의가 그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3년 전처럼 마법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장기채권의 구입을 꺼리며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곧 회복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환상은 진정한 경제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8/14/opinion/14KRU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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