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전통과 첨단 기술력이 교차한 2001 도쿄장난감쇼(1)

  • 입력 2001년 3월 29일 17시 19분


일본 도쿄에서 매년 3월 열리는 '도쿄 장난감쇼(東京 おもちや-ショ)'는 애니메이션 산업과 캐릭터 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행사이다. 전통적인 수제 봉제인형에서 첨단 인공지능 로봇에 이르기까지 '장난감'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자리이다.

올해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도쿄 하루미 국제전시장에서 열렸다. 전체 행사기간 5일중 전반부 3일은 업계 관계자들이 상담과 거래를 하도록 비공개로 진행하고, 후반부 2일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하는데, 일반 공개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토·일 주말에 일정을 맞추는 것이 특징. 올해도 예외없이 '장난감 잔치'를 보러 온 많은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의 강국답게 '도쿄 장난감쇼'는 서울 코엑스의 전체 전시장을 합한 것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펼쳐졌다. 올해 행사에서도 다양한 상품들이 5개 전시관을 중심으로 공개됐는데, '완구'라는 장난감의 전통적인 의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

참가한 업체들은 대부분 완구라는 전통적인 장난감의 개념에 충실한 제품을 내놓았고,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장난감이 대거 등장했던 99년 행사나, 각종 컴퓨터, 휴대폰용 게임상품이 득세를 했던 지난 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장난감쇼'에 이어 28일부터 치바의 마쿠하리메세에서 '도쿄게임쇼'가 열린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보다는 완구만으로도 충분히 이런 규모의 대형 페스티벌을 치룰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장난감의 세기발견'이라는 행사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행사장의 전시품에는 장난감의 다양한 세대가 공존했다. 세월의 흔적이 두텁게 묻어 있는 고색창연한 미키 마우스의 목제 인형이 있는가 하면, 마이크로 프로세스가 내장돼 주위의 환경에 맞춰 적절히 반응하는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기술력의 발전을 상징하듯 사용자와 장난감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한'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람의 음성이 들리면 움직이는 기본적인 기능에서, 다양한 센서를 내장해 빛의 변화나 음색의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 장난감들이 많았다. 완구의 전통적인 품목중 하나인 인형에도 이런 변화가 엿보였다.

갓난아기 인형의 입에 우유병을 대면 칭얼대던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까르르 웃는 등 인형 원래의 기능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코나미, 다카라, 반다이, 토미, 남코 등 일본의 대표적인 메이저 장난감사들은 저마다 200평이 넘는 대형 부스를 개설해 관람객을 끌었는데, 이들 역시 다양한 전시품 중에 반드시 한 두 제품은 쌍방향성을 지향하는 것들을 내놓았다.

지난해 보다 뜸해졌다고 해도 모바일 관련 제품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한 업체는 기존의 무선 자동차 완구를 발전시켜 휴대폰으로 자동차를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별도로 조정기를 구할 필요없이 휴대폰의 검색용 방향키로 무선 동작 완구를 움직일 수 있는 것. 또 다른 회사는 휴대폰의 통화 기능 보다는 안에 내장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완구 개념의 휴대폰'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처럼 저마다 기술력의 첨단과 '섬씽 뉴(something new)'를 지향하는 가운데서도 캐릭터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는 앙팡맨(한국명 호빵맨), 도라에몽, 키티 등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정통 완구업체는 아니지만 <플란더스의 개>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도에이 동화 등도 자신들이 자랑하는 캐릭터들을 유화나 봉제인형으로 내놓아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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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2001도쿄 장난감쇼(2)

도쿄=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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