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창의 NGO이야기]2000년상반기 시민운동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0시 15분


▲낙선운동의 오르막 ,성추행의 내리막▲

이미 우리는 앞에서 시민운동이 갖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고 그에 관한 질문도 작지 않았습니다. 게시판에 올라 있는 질의에 관한 답변도 참고가 되실 것입니다. 또 좀 더 심도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을 주시면 이후에도 성실하게 함께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운동에게 2000년 상반기는 낙선운동으로 시작되어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운동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가 장원총장의 성추행사건으로 운동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채 마감된 시기입니다.

총선연대 활동이나 장원총장의 성추행사건은 이미 언론을 통해 모두들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별다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두가지 큰 사건은 시민운동의 과제 두 가지를 더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시민운동의 연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단체의 도덕성, 혹은 시민단체에 대한 검증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시민협과 총선연대 그리고 개혁연대▲

시민운동에 있어서 연대활동의 역사는 시민운동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경실련이 그 출범 초기에 빈민들과 연대하여 부동산문제를 이슈화하였고 공선협 활동을 통하여 시민운동'권'을 형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역사를 일정하게 잇고 있는 것이 한국시민단체협의회(약칭 시민협)입니다. 90년대 초반과 중반에 형성된 시민단체들은 대개 시민협 가입단체이기도 합니다. 시민협은 시민단체들의 지원체계과 협의구조를 중심으로 시작하였지만 간혹 시민협 독자의 활동을 전개하기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연대기구의 독자활동은 개별단체의 활동영역에 대한 침해로 이해되는 거지요. 대개는 지원중심의 활동으로 시민단체 간부들의 해외연수(과거의 정무장관실 지원으로 시작되었고 지금은 총리실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대회, 시민단체 신년 하례회, 시민단체 공동정책협의회 등 전체 시민단체와 관련되는 일의 영역에서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총선연대가 새로운 시민운동의 구심으로 부각되면서 연대기구에 대한 논의도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제안과 논의는 없는 상태지만 이미 일간지에 어느 정도 논의내용이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총선연대의 중심단체들은 지금까지의 연대기구와는 다른 보다 개혁적인 연대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 연대기구가 정치개혁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단체들이나 다른 부문단체들은 '개혁'의 내용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특별히 합의한 바가 없으므로 개혁에 관한 연대기구를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민단체의 연대란 결국 이슈중심이 아니냐는 견해가 적지 않고 지원중심의 연대기구를 만들려면 기존의 시민협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리 쉬 연대기구가 선을 보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제기하기도 합니다. 시민운동에 '연대'가 필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든 연대기구를 만들면 그 연대기구가 시민운동 전체를 대표하게 되고 개별단체 활동은 축소된다는 점에서 그럴 필요가 있는 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개혁연대라 함은 우리 사회의 개혁과제 전반에 대한 연대기구의 독자적 활동을 전제할 수 밖에 없어서 그 활동을 위임할 단체들 상호간에 개혁의 내용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만한 공감대가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연대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예컨대 정치개혁연대에 관해서는 대개 공감대가 있으므로 가능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개혁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회개혁과제란 결국 어느 한 단체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이번 낙선운동처럼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에 대해서는 결국 모든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낙선운동처럼 전체 시민사회가 힘을 합할 때 그동안 절실하다고 여겨졌던 언론개혁이나 정치개혁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거지요. '연대'문제가 시민운동의 화두로 떠오르자 지난 5월에는 전국의 시민운동가 50여명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산중대회라는 것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린 이야기는 당시 산중대회에서 나왔던 말들을 요약한 것입니다. 정말이지 연대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논의는 이 정도에서 멈추어져 있고 조만간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한 논쟁- 시민단체의 도덕성▲

장원총장의 성추행사건을 놓고 성공회대 NGO학과와 시민의 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이 토론회에서 시민운동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서 윤리강령을 만드는 문제, 검증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문제, 활동가들의 성범죄에 관한 교육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극복방안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장원총장의 경우는 무엇보다 시민운동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에 의심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시민운동에 z큰 타격이 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진입장벽이 없는 시민운동에서 누가 누구를 청문회하듯이 검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 자임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위임받는 사람들 처럼 일반시민이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결국 개별단체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이를 활동의 기본방침으로 함으로써 활동가들이 훈련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에도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진출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고 시민운동가의 정치진출에 대해 개별단체 내부에서는 일종의 자기선언 등을 했지만 그렇게 유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강령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별단체의 활동방식이나 사업기풍, 활동목표 등에서 시민운동가로서의 윤리의식이나 도덕기준이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외부를 향해 주장하는 것만큼 내부가 같은 수준에서 룰을 정비하고 도덕적으로 온당하게 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충분히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시민단체의 힘이 작을 때는 그 주장의 정당성 때문에 내부에 있는 약간의 문제들에 대해 양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만큼 그 주장에 값하는 내부시스템과 윤리를 갖출 것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시민운동이 정치인과 기업을 향해 투명성을 요구하지만 시민단체 내의 회계와 관련해 얼마나 투명하냐는 것은 자신있게 말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아,이것은 부정한 돈을 받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재정의 빈곤으로 인한 문제인데 예컨대 프로젝트를 받았을 때 우선 당장 급한대로 이 돈을 다른 분야에 쓰기도 하고 가능한 절약해서 경비에 보태쓰려고 애쓰는 경우들입니다.

당연히 부정하게 쓰거나 부정하게 모으지는 않지만 일종의 편법들을 동원해 경비를 사용하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횡령이나 착복과는 다른 문제이고 학교나 연구소등 프로제트를 진행하는 대개의 기관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일반적 관행이기 때문에 양해가 되고 있지만 '걸면 걸리는'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른 제도적 변화를 통해 이같은 편법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연합통신발로 시민단체의 기부금모집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를 실시하겠다는 행자부의 방침이 발표되고 있군요. 기부금모집 규제에 관한 법에는 모집한 기부금의 2%이내에서 행정비를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조금 작은 단체가 연간 2억을 모금했다면 400만원만 행정비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모금비용도 안되는 것입니다. 돈 모으지 말라는 것이지요. 이러면 시민단체 내부의 편법이 '양해사항'으로 처리되게 됩니다. 정말 도움 안되는 군요.)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시민운동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만한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내부체계와 시민운동가의 활동강령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동시에 시민운동이 자신의 목표로 내건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양식의 변화'로까지 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의 주체적 참여라는 새로운 전형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운동의 방식도 다양한 것이라 모든 단체가 '시민참여'형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민운동에 놓인 과제는 첫째, 위상에 비례하는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있도록 내부를 정비하는 것, 둘째, 주장에 값하는 내부질서를 개혁하는 것 셋째, 시민운동을 보다 깊게 넓게 확장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운동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내적인 과제입니다. 외적으로는 각 단체가 생각하는 주요한 과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 동시에 시민운동 전체가 힘을 합할 과제, 우리 사회가 절실히 요구하는 과제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시기 세계의 변화에 대해 세계화가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극복이라는 화두에 대해서 우리 시민운동이 제대로 답하고 있는가는 좀 의문입니다. 동시에 정보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과제에 대한 천착이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아직도 '정상적'인 사회 룰을 (여기서 정상적이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룰을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됩니다)세우는 과정에 더 많은 활동의 중심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앞의 두 가지 변화는 세계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변화가 인간이 사는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고 그같은 변화가 야기하는 사회문제들을 극복하고 시민운동은 보다 평등하고 나은 삶, 인간과 자연이 친화되는 삶, 민주적인 가치와 제도가 보다 존중되는 삶, 보다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시장이 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들이 사회라는 공동의 공간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지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은 시민운동 본령의 일입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제 첫 이야기 - 시민운동 돌아보기-를 마감합니다.

하승창 사무처장(함께하는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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