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스포츠]스케이트보드 "토마토 아카데미를 아시나요"

  • 입력 2000년 5월 23일 16시 21분


2000년 5월 22일 오후 3시 일산 마두역광장.

한 명의 사나이가 드룹핑 박스(Drooping Box) 꼭대기에서 쏜살같이 내려왔다.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던 그의 몸이 순식간에 런치램프끝에 서있던 5명의 동료들 머리위로 솟구쳐 올랐다.

"와! 난다. 날아"

아주 짧은시간이었지만, 그는 마치 한마리 새처럼 날았다.

이기형씨(24). 2m가 훨씬 넘는 높이에서 멋진 재패니스그립을 선보인 주인공. 다른건 몰라도 '에어'만큼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통하는 스케이트 보더. 그리고 기꺼이 그의 장애물이 되어준 사람들. 이들은 모두 스케이트보드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토마토' (www.tomatoskateboard.co.kr)의 멤버들이다.

97년부터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 무료강좌를 열었던 주인공들. 이들은 본격적인 스케이트보드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토마토 스케이트보드 아카데미(0344-907-4846)를 지난달 열었다. 평일에는 일산 마두역 2번 출구앞 광장에서 오전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습을 하고 토,일요일은 변함없이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형들이 호수공원에서 이들의 묘기를 감상하다 "우리 아이에게도 가르치고 싶다"는 요청을 해온 것이 아카데미를 개설하게 된 동기.

현재 토마토 아카데미에는 4살배기 꼬마부터 40살이 넘은 아저씨까지 약 150여명이 스케이트보드를 배우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고양시 백신중학교 스케이트보드부가 특별활동시간을 이용해 단체 강습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스케이트보드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조성삼(41)씨와 박상현(29)씨.

경력 20년의 조씨와 12년 경력의 박씨는 비디오를 통한 자세교정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드강좌를 이끌고 있다. '토마토'는 조씨가 운영하는 전문 스케이트보드 판매점의 이름.

스케이트보더들의 맏형격인 조씨는 그야말로 못말리는 스케이트보더. 조씨가 들려준 에피소드 하나.

"1992년 겨울로 기억됩니다. 광명시청 앞 내리막길에서 다운힐(DOWN HILL)을 즐기고 있었죠. 내리막길을 질주하는데 앞에 버스가 올라오더라구요. 너무 속도가 붙어 제어를 할 수 없었어요. 그대로 정면충돌을 했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버스기사는 제가 죽은 줄 알고 영안실로 곧장 데려갔다더군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조씨는 약 5개월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고 한다. 갈비뼈는 물론 늑골과 발목뼈까지 부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조씨. 그는 병실에 누워 처절한 후회를 했단다. 그런데 그 후회란 것이 "안전장구를 제대로 했으면 좀 덜 다쳤을 텐데"였다는 못말리는 스케이트보더 조씨는 그래서 누구보다도 안전장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반드시 헬멧과 무릎, 팔꿈치, 손목보호대 착용후에 스케이트보드위에 오르게 한다고.

"빠라 바라 밤~"으로 상징되는 도심의 난폭자 '폭주족'들과 한통속쯤으로 치부되던 스케이트 보더들. 불량한 아이들의 반항의 몸짓쯤으로 여겨졌던 스케이트보드가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제 건전한 하나의 레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두달 전에 '날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케이트 보드를 시작했다는 22살의 임인희(22)씨는 "스케이트 보드는 힙합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하나의 문화"라고 단정한다. 특별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자기 스스로 기술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신세대들이 받아들인 다양한 놀이중의 하나인 스케이트 보드. 그러나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의 눈에 비친 보더들은 아직도 정상에서 '일탈'한 별종들로 보이나보다. 단적인 예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단속. 토마토만 해도 애써 만들어논 시설물들이 여러차례 구청 단속반의 망치와 톱으로 쓰레기로 변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보더들의 소망엔 비애감마저 든다.

"제발 못타게만 하지 마세요"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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