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고려해운 김진환씨의 여의도선착장 한강둔치

  • 입력 1999년 10월 4일 18시 38분


7년전 재수 시절이었나 보다. 한강 둔치에 처음 와본 것은. 무언가 참 답답하고 암담했을 무렵 한 선배의 손에 이끌려 여기 강물 앞에 앉았다. 그 뒤로 그는 가끔 혼자서 이곳을 찾는다.

고려해운㈜ 컨테이너업무부 고객서비스팀의 김진환씨(26·jhkim3@kmtc.co.kr). 동남아시아행 컨테이너가 제대로 선적되어 목적지까지 전달되도록 체크하는 일을 한다.

그는 심란하거나 뭔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꼭 지하철 여의나루역 근처 여의도선착장에 들른다. 그리고 강을 따라 늘어선 노점에서 캔맥주를 하나 사들고 한강을 내려다보며 한두시간 가만히 앉아있거나 천천히 걷는다.

“물을 보고 있으면 평온해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생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죠. 사람구경도 재밌어요. 왜 남과 얘기하기는 싫고 그냥 남들 구경하고 싶을 때 있잖아요.”

그러다 문득 맘이 내키면 유람선을 탄다. 여의도→동작대교앞→밤섬→절두산→양화→여의도의 60분 코스(6800원).

“일몰 때 유람선을 타면 정말 좋아요.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강가의 빌딩들에 불이 하나둘씩 차례로 켜지거든요. 또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걸 지켜보면서 지금의 내모습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죠.”

‘부지런히 움직이는’ 물살, 뱃전에 부서지는 포말,스쳐지나가는 다리와 건물, 유람선 안의 사람들…. 두루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지금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생일날, 그 큰 유람선에 단둘이 탔던 3년 전의 기억도 시원한 강바람에 실려오고.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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