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경제위기 보도 요약]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한국이 17일 원화가치에 대한 방어를 중단함에 따라 미국 유럽 아시아국가의 관리들이 구제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화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내 민간 또는 공공기관의 잇단 경고 뒤에 터져나온 한국의 환율방어포기라는 놀라운 결정은 우리나라가 이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휩쓴경제적 충격에 직면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정부관리들은 재벌기업들이 쓰러지고 은행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한국경제는 아직 건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싸움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의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신호다. 전문가들은한국 경제를 살리려면95년 멕시코 경제붕괴때 미국이 퍼부었던것보다 훨씬 많은 5백억∼1천억달러의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은 또 6백70억 내지 7백70억달러의 단기부채를 안고 있으나 갚아나갈 재원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3백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이미 원화가치를 지키는데 수십억달러를 퍼부었다. 한국 정부 관리들은 미국과 유럽의 정부 관리들에게조차 정확한 외환보유고를 얘기하지 않고 있다. 한 미국정부 관리는 한국정부에 대해 『이 사람들이 아직도 속이려 들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정부는 한국의 운명이 멕시코 때처럼 단순한 통화위기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붕괴의 영향은 이미 곤경에 빠져 있는 일본에도 미칠 것이다. 한국과 수출시장에서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은 원화가 하락하는 것만큼 수출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도 한국의 경제위기와 관련,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IMF 또는 관련 당사국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한국 관리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창피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천연덕스럽게 『IMF 돈을 쓰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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