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선이 열린 대구스타디움. ‘황색탄환’ 류샹(28·중국) 등 개인 최고 기록 차이가 0.01초씩에 불과한 빅3의 대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 세계 사진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10번째 허들을 넘으면서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가 오른손으로 류샹의 왼팔을 잡는 순간이 동아일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사진은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에서 보내온 사진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30일자 본보 1면을 장식했다.
단 한 장으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전달하는 스포츠 보도 사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사진기자들의 경쟁은 선수들 못지않게 치열하다.
○ 무선 카메라 8대 동시 작동… 전송은 즉시
역동적이고 멋진 선수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다양한 장비가 동원된다. 대표적인 것이 무선 신호로 작동하는 카메라다. 선수들의 동선을 예상해 원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는 위치에 사진기자 1명이 최대 8대의 무선 카메라를 설치한다. 카메라마다 렌즈와 방향을 바꿔 동시에 다양한 장면을 포착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예를 들어 1, 2번 카메라는 강력한 우승 후보 2명을 정조준하고, 3번 카메라는 3번 레인을, 4번 카메라는 2∼6번 레인을 넓게 잡는다. 나머지 카메라도 원하는 장면을 예상해 각도와 거리를 조정한다. 사진기자가 직접 사용하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무선 송·수신기를 통해 나머지 8대의 카메라도 동시에 작동한다. 이 카메라들에 찍힌 사진은 미리 연결된 통신선을 통해 서버로 옮겨지고, 에디터가 좋은 사진을 추려 전 세계로 전송한다.
무선 카메라는 사람이 찍기 힘든 각도에서 촬영하거나 위험한 장면도 잡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애물 달리기에서 선수들이 물웅덩이를 통과하는 장면을 포착하거나 해머던지기처럼 근처에서 찍다가 다칠 수 있는 종목에서도 무선카메라가 유용하다.
○ 필드 안 사진기자는 16명뿐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큰 국제 경기에는 취재 신청이 쇄도한다. 이번 대회에 취재 허가를 받은 사진기자는 총 268명으로 대부분 언론사별로 1, 2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필드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자는 전 세계에서 16명에 불과하다. 빨간 조끼를 입은 이들은 대부분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유력 통신사의 사진기자다. 이 통신사들이 다른 언론사에 사진을 공급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자리를 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대회 조직위의 판단 때문이다.
무선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권리도 이들에게만 있다. 남자 100m 결승선 근처에 설치되는 무선 카메라는 대략 50대. 경기 시간이 약 10초에 불과한 남자 100m에서 사진기자 한 명이 약 100장의 사진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무선 카메라에 찍힌 사진만 5000장에 이른다. 국내 한 사진기자는 “세계 유력 통신사들이 좋은 위치와 장비로 경기당 수천 장의 사진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100m 결선 등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사진기자들은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이는 등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대구=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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