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사진기자 268명의 또 다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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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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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의 찰나를 포착하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취재 경쟁이 선수들의 경쟁 못지않게 치열하다. 사진기자들은 경기에 방해가 되거나 사람이 직접 찍기 위험한 지점에는 원격 무선 조종 카메라를 설치한다(위). 장애물 달리기에서 물이 튀는 생생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선 옷이 젖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가운데). 출발선을 향해 빽빽이 늘어선 첨단 카메라 장비들(아래). 대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취재 경쟁이 선수들의 경쟁 못지않게 치열하다. 사진기자들은 경기에 방해가 되거나 사람이 직접 찍기 위험한 지점에는 원격 무선 조종 카메라를 설치한다(위). 장애물 달리기에서 물이 튀는 생생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선 옷이 젖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가운데). 출발선을 향해 빽빽이 늘어선 첨단 카메라 장비들(아래). 대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29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선이 열린 대구스타디움. ‘황색탄환’ 류샹(28·중국) 등 개인 최고 기록 차이가 0.01초씩에 불과한 빅3의 대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 세계 사진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10번째 허들을 넘으면서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가 오른손으로 류샹의 왼팔을 잡는 순간이 동아일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사진은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에서 보내온 사진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30일자 본보 1면을 장식했다.

단 한 장으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전달하는 스포츠 보도 사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사진기자들의 경쟁은 선수들 못지않게 치열하다.

○ 무선 카메라 8대 동시 작동… 전송은 즉시

역동적이고 멋진 선수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다양한 장비가 동원된다. 대표적인 것이 무선 신호로 작동하는 카메라다. 선수들의 동선을 예상해 원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는 위치에 사진기자 1명이 최대 8대의 무선 카메라를 설치한다. 카메라마다 렌즈와 방향을 바꿔 동시에 다양한 장면을 포착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예를 들어 1, 2번 카메라는 강력한 우승 후보 2명을 정조준하고, 3번 카메라는 3번 레인을, 4번 카메라는 2∼6번 레인을 넓게 잡는다. 나머지 카메라도 원하는 장면을 예상해 각도와 거리를 조정한다. 사진기자가 직접 사용하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무선 송·수신기를 통해 나머지 8대의 카메라도 동시에 작동한다. 이 카메라들에 찍힌 사진은 미리 연결된 통신선을 통해 서버로 옮겨지고, 에디터가 좋은 사진을 추려 전 세계로 전송한다.

무선 카메라는 사람이 찍기 힘든 각도에서 촬영하거나 위험한 장면도 잡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애물 달리기에서 선수들이 물웅덩이를 통과하는 장면을 포착하거나 해머던지기처럼 근처에서 찍다가 다칠 수 있는 종목에서도 무선카메라가 유용하다.

○ 필드 안 사진기자는 16명뿐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큰 국제 경기에는 취재 신청이 쇄도한다. 이번 대회에 취재 허가를 받은 사진기자는 총 268명으로 대부분 언론사별로 1, 2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필드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자는 전 세계에서 16명에 불과하다. 빨간 조끼를 입은 이들은 대부분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유력 통신사의 사진기자다. 이 통신사들이 다른 언론사에 사진을 공급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자리를 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대회 조직위의 판단 때문이다.

무선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권리도 이들에게만 있다. 남자 100m 결승선 근처에 설치되는 무선 카메라는 대략 50대. 경기 시간이 약 10초에 불과한 남자 100m에서 사진기자 한 명이 약 100장의 사진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무선 카메라에 찍힌 사진만 5000장에 이른다. 국내 한 사진기자는 “세계 유력 통신사들이 좋은 위치와 장비로 경기당 수천 장의 사진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100m 결선 등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사진기자들은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이는 등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대구=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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