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세대가 새벽에 일어나는 종달새라면 젊은이들은 낮에 자고 밤에 움직이는 올빼미다. 연령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종달새들은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아침 산책을 나간다. 올빼미들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동이 터오면 잠이 든다.
6·2지방선거 날 오전에는 종달새의 투표율이 높았다. 한나라당의 도지사
후보 C 씨는 12시 방송사 합동출구조사에서는 6%가량 앞섰다. 오후 2시에는 4% 우세로 줄어들었다. 오후 6시 출구조사에서는
1.1% 졌고 실제 개표 결과 패배했다. 올빼미들은 문자메시지나 트위터를 받고 오후 늦게 투표장으로 나갔다. 전국 투표소에 오후
5시부터 갑자기 젊은층이 몰려들어 200만 명가량이 투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사단법인
내나라연구소(이사장 김영래 아주대 교수)가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선거에는 관심이 없지만 투표에 참여한’ 비율이 20대의 경우
2006년 12.6%에서 2010년에는 24.6%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투표 독려가 20, 30대의 투표율 상승을 가져왔다는 풀이다.
올빼미들이 1번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준
이유는 무엇일까. 20대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는 취업과 병역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확실히 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청년실업을 줄이는 데 실패한 것이 20대의 투표율을 높이고 1번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념 따라 바뀌는 천안함 팩트
그들이
겁쟁이라거나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정부에는 대통령부터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군대 안간 사람이 왜 그리
많은가. 인터넷에는 고위층과 그 자제들의 병역 문제와 관련한 글들이 높은 클릭수를 기록했다. 천안함 북풍은 군대를 가야 하거나
군대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세대에게 역풍으로 작용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한국인 중에 천안함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21%나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천안함 조사결과를 못 믿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1.3%였다.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 비율은 20대 47.8%, 30대
24.5%, 40대 18.2%, 50대 이상 6.7%였다. 종달새들이 90% 이상 믿는 조사결과를 올빼미 세대는 절반이 믿지
못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군의 지나친 비밀주의와 허위보고도 불신을 키웠다. 군은 천안함 침몰 직후 속초함이 추격
발포한 물체를 새떼이거니 반잠수정이거니 몇 번씩 말을 바꾸었다. 침몰 시간도 오락가락했다. 군은 한동안 천안함 장병들이 보도진과
접촉하는 것도 통제했다.
‘1번’이라고 쓰인 어뢰의 추진체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바다에서 솟아오른
것처럼 나타났다. 군이 쌍끌이 그물로 바다 밑을 뒤지는 현장에 공동취재기자를 참여시켜 어뢰 추진체를 인양해 개펄을 닦아내고 1번
글씨를 찾아내는 과정을 기자들이 시시각각 보도했더라면 불신의 비율이 훨씬 낮아졌을 수 있다.
서울의 어느 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 모임에서는 천안함 조사결과를 믿겠다는 사람이 절반, 못 믿겠다는 사람이 절반이었다. 1970년대 이전 학번인
50, 60대 교수들은 대개 믿는 쪽이었고 1980년대 이후 학번인 30, 40대 교수들은 못 믿겠다는 쪽이었다. 정치적인 성향
때문에 안 믿고 싶은 사람들 앞에서 과학적 분석이나 증거는 무력하다. 참여연대 사람들은 정부와 군이 ‘1번’ 어뢰 추진체를 조작해
내고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의 전문가들이 조작된 결과를 승인했다고 진정으로 믿는 것일까.
언론학 전공의 한
교수는 ‘메이저 언론이 그토록 북풍을 반복해서 다루었지만 선거결과는 의외였다’며 메이저 언론이 의제설정 및 여론형성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빼미들은 종이신문을 읽지 않고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는다. 인터넷에서는 신상철 씨가 대표로 있는 서프라이즈와
메이저 신문이 동급으로 취급된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는 자신들의 신념 또는 의견에 맞추어 팩트를 마사지하는 글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진실이 실종된 20대 미디어 환경
선거는 정답이 있는 객관식 시험은 아니다. 1번을 찍든 2번을 찍든 젊은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러나 북한 어뢰 추진체에 쓰인 ‘1번’은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닌 팩트의 문제다. 남한에는 10, 20대 인터넷 세대가
있지만 북에서 그 나이 또래는 300만 명이 굶어죽던 시기에 태어난 ‘고난의 행군’ 세대다. 300만 명의 죽음을 ‘고난’이라고
부르는 정권이 천안함을 공격해 46명을 희생시킨 사태가 발생했다. 젊은 인터넷 세대에게 천안함과 북한의 진실을 전달하는 사회기능이
심각한 소통 장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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